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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대통령 사과와 공수처법

  • 등록: 2020.12.08 21:52

  • 수정: 2020.12.08 22:13

우리네 민초들의 삶을 나직한 음성으로 노래해온 노시인이 묻습니다.

"법에서 꽃이 필 수 있을까. 법에도 눈물이 있다지만, 법처럼 굳은 땅에 어떻게 싹이 틀까"

손지열 전 대법관이 남긴 '어느 법관의 기도문'은 시인의 질문에 답이 될 듯합니다.

"가난한 자의 어려움과 억눌린 자의 아픔을 돌아보게 하옵소서. 억울한 사람들의 호소를 끝까지 들어주게 하옵소서"

장문의 기도에는 마음은 따스하되 머리는 차가웠던, 그의 강직한 성품이 배 있습니다.

"현실과 적당히 타협해 옳고 그름을 흐리는 일이 없게 하옵소서.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도록 지켜주옵소서"

그가 김영삼 대통령 아들 현철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며 했던 말이 바로 그랬습니다.

"정치는 법정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합니다"

전국 법원을 대표하는 법관들이 윤석열 총장 징계 청구에 가장 중요한 사유가 된 '판사 문건'에 대응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입장을 내는 순간 정치에 이용된다고 판단해, 정치가 사법부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게 막은 겁니다.

결과적으로 당사자인 법관들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한 법무부의 입지가 좁아지게 됐습니다.

법관들이 정치로부터의 독립을 에둘러 천명한 어제, 대통령은 "권력기관을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고 했습니다. "국민들께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 한 말입니다.

추미애 대 윤석열 사태에 대한 첫 사과로 받아들여졌지만, '혼란스러운 정국'이라고 모호하게 표현했고 사과도 한 마디에 그쳤습니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말한 '권력기관의 정치적 독립'은 무엇을 뜻하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추 장관이 앞장서 밀어붙여온 일들이 검찰의 정치 중립을 보장하려는 노력일까요.

결국 대통령의 방점은 "개혁입법 통과와 공수처 출범"에 찍혀 있는 듯합니다. 실제로 여당이 오늘 그렇게 움직였습니다. 민주당은 곧바로 공수처장 후보에 대한 야당 거부권을 삭제한 개정안을 단독 처리해 공수처법 통과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윤 총장 징계 역시 예정된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고 나면 남는, 또 하나 큰 물음표가 있습니다. 검찰의 권력형 사건 수사를 넘겨받을 공수처는 과연 정치로부터의 독립을 누가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하는 의문입니다.

이번 한 주, 우리 민주주의 역사는 또 어떤 굴곡진 궤적을 그릴지, 참으로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봅니다.

12월 8일 앵커의 시선은 '대통령 사과와 공수처법'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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