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록 2020.12.10 21:54

  •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죽은 이의 영혼을 위로하고 편히 잠들기를 기도하는 진혼곡… 아마도 영화 사상 가장 빼어난 진혼 장면은, 오스카 여덟 개를 거머쥔 명화 '지상에서 영원으로'의 진혼 나팔일 겁니다.

영화는, 군대라는 집단의 폭력과 부패에 무기력하게 스러지는 인간관계를 그립니다. 무자비하게 얻어맞은 선임병 프랭크 시내트라가 나팔수 몽고메리 클리프트의 품에서 숨지고, 병영에 구슬픈 나팔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역시 아카데미상 여덟 개 부문을 휩쓴 '아마데우스'도 진혼곡으로 끝납니다. 죽음의 사자가 모차르트를 찾아와 진혼곡을 써달라고 합니다. 병상의 모차르트는 손짓으로 악보를 그리고, 입술을 달싹여 선율을 만듭니다. 그리고 숨을 거둡니다. 모차르트는 몰랐습니다. 온 힘을 다해 짜낸 진혼곡이 자신의 명을 재촉하고, 자신의 장례식에 울려 퍼질 줄은….

"표결 결과 과반 찬성으로 법안이 의결됐습니다"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려다 떨어뜨리더니, 왼손으로 건네받아 나무판 대신 책상을 세 번 내리칩니다. 거대 여당의 입법 질주가 거침없습니다.

기업규제 3법과 노동조합법 같은 쟁점 법안을 포함해 어제 하루 백 건에 이르는 법안이 처리됐습니다. 그리고 오늘 야당이 마지막까지 버티던 공수처법 개정안이 여당의 밀어붙이기로 처리됐습니다.

협상보다 숫자의 힘을 앞세우고, 귀를 닫은 채 밀어붙이던 집권당들이 있었습니다. 30년 전 3당 합당으로 탄생한 2백열여덟 석 민자당은 의사봉 대신 손바닥을 두드리며 입법 폭주를 했습니다.

그러다 다음 총선에서 과반에 실패하면서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지요. 노무현 정부 때 열린우리당도 손바닥에 책자까지 휘두르다 여덟 번 선거를 내리 졌고, 당은 해체됐습니다.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자 이해찬 대표가 "열린우리당을 반면교사로 삼자"고 할만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경계심은 다 어디로 증발해 버렸습니까.

"의석수를 앞세워 대한민국 헌법과 자유민주주의, 국회를 모두 깔아뭉갠 입법 폭주의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영화 '아마데우스'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나의 음악은 점점 희미해져 갔소.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더 희미하게…"

모차르트의 기괴한 웃음소리와 살리에리의 참회의 탄식이 들려오는 듯한 지금 정국입니다.

12월 10일 앵커의 시선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였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