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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지켜보겠습니다

  • 등록: 2020.12.15 21:52

 '참회와 구도의 시인' 김현승은 "나는 내가 무겁다"고 했습니다.

"나는 나를 등에 지고 다닌다. 나는 나의 짐이다. 내 속에는 납덩이가 들어 있나 보다…"

스스로를 직시하기란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그래서 가슴에 얹힌 납, 마음에 박힌 못을 못 본 척 살아가곤 하지요. 하지만 신은 가혹하게도, 시인이 마지막 지닌 것을 바치라고 합니다.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중에 지닌 것도 오직 이뿐…"

시인은 자식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신에 대한 원망을 거둬들이고서야 슬픔을 극복합니다. 옛말에 "칼을 삼켜 장을 깎아내고, 잿물을 마셔 위를 씻는다"고 했습니다. 그런 각오와 고통 없이는 새롭게 태어날 수 없다는 말이지요.

"저희가 이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저질렀습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당시 집권당 이래 보수정당의 과오가 "참담하고 부끄럽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을 잘 보필하지 못하고 오히려 야합했다"고 반성했습니다. "그러고도 국민을 하늘처럼 두려워하며 수양하고 자숙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개조와 쇄신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김 위원장도 말했듯 보수정당은 지난 네 차례 선거에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비호감의 벽은 여전히 높기만 합니다. '보수이긴 해도 국민의힘은 싫다'는 이가 적지 않습니다.

현직 검찰총장 이름이 대선주자 선두에 오르는 현상이, 지금 국민의 마음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선거 때마다 시늉만 냈을 뿐, 젊고 참신한 인재를 발굴하고 키우는 데도 소홀했습니다. 지지율이 다소 회복되긴 했지만 자신들이 잘해서 그런 건 아닐 겁니다.

미국 공화당은 닉슨이 워터게이트로 물러난 뒤 한 차례 대선 패배를 딛고 레이건 시대로 부활했습니다. 영국 보수당은 젊은 리더 캐머런을 앞세워 13년 침체에서 탈출했습니다.

핵심 가치는 지키면서 다양한 이슈에 관심을 기울여 완고한 이미지를 바꿨습니다. "과오는 부끄러워하되, 과오를 회개하는 것은 부끄러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사과는 일단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칼을 삼키고 재를 마시는 각고의 노력이 따르지 않는다면 또 한 번의 통과의례에 그치고 말 겁니다.

12월 15일 앵커의 시선은 '지켜보겠습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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