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판소리 수궁가를 새롭게 불러 '이날치 신드롬'을 일으킨 '범 내려온다' 입니다. 토끼를 용궁으로 데려가려는 자라, 별주부가 '토 생원'을 부른다는 게 혀가 꼬여 '호 생원'이라고 부르고 맙니다. 그 소리를 들은 호랑이가 산에서 내려와 별주부를 찍어 누르며 먹어버리겠다고 합니다. 혼비백산한 별주부가 위기를 모면하려고 이리저리 둘러대는 장면이 포복절도하게 이어지지요.
경복궁 타령에는, 대원군이 서둘러 경복궁 중건을 밀어붙이면서 백성이 겪은 고초와 소동이 담겨 있습니다.
"도편수 거동을 봐라. 먹통을 들고서 갈팡질팡한다. 석수장이 거동을 봐라. 망망치 들고서 눈만 껌벅인다."
나라의 큰일을 하면서 우왕좌왕, 갈팡질팡 요즘 말로 리더십이 바로 서지 않았던 겁니다.
정세균 총리가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 백신은 내년 1분기 접종이 어렵고, 아스트라제네카도 1분기에 다 오는 게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백신TF를 가동할 때 확진자가 백명선이어서 백신 의존도를 높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정부 대응에 안이한 측면이 있었음을 사실상 시인한 겁니다.
박능후 장관의 최근 발언도 들어보시지요.
"가격을 합리적인 선으로 받아내기 위해 여러 가지 바기닝(협상)을 하고 있습니다"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될 때까지 여유 있게 천천히…"
그러다 여론이 심상치 않았던지 화이자와 모더나 계약을 서두르겠다고 방향을 틀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부작용을 감안해 협상을 진행해왔다"는 해명과 함께 두 백신의 부작용 사례를 별도 자료로 냈습니다. 백신 없는 걸 어떻게든 합리화해보겠다는 계산으로 보입니다만 국민이 그렇게 어리석을 리 없습니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국민들이 부작용을 걱정하자 1호 접종을 자청했고,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화이자 백신이 12월 말 도착한다"고 자랑스럽게 밝히면서 협상 과정과 구매 예산을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집권당 방역본부장은 "방역이 실패한 나라들의 백신 접종을 부러워하는 게 맞느냐"고 했습니다.
방역에 실패했든 성공했든, 백신은 궁극적인 코로나 해결책입니다. 백신 확보 못한 걸 자랑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더욱이 지금 우리는 집에서 병상을 기다리다 숨지는 확진자가 잇따르고, 사망자가 연일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세계에 K방역을 홍보한다며 샴페인에 너무 일찍 취했던 것은 아닐까요. 이 겨울, 우리에게 범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12월 21일 앵커의 시선은 '갈팡질팡 K방역'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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