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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朴 사면론' 왜 띄웠나…이낙연의 노림수는?

  • 등록: 2021.01.02 19:24

  • 수정: 2021.01.02 19:32

[앵커]
전직 대통령 사면은 정치적으로 아주 민감한 이슈입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는 탄핵으로 연결됐기 때문에 야당도 말을 꺼내는 게 조심스러웠죠. 특히 차기 주자인 여당 대표가 이 문제를 거론하면서 여야 모두 계산이 복잡해졌습니다. 무엇보다 문재인 이낙연 두 사람 사이에 사전 교감이 있었느냐가 중요한데, 정치부 차정승 기자에게 취재한 이야기를 좀 들어보죠. 차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종심 결과가 이제 2주 뒤면 나오니까 일단 시기적으로는 사면을 요건을 갖출 것으로 보이는데, 먼저 이 대표가 새해 첫날부터 사면 주장을 편 이유가 뭔가요?

[기자]
정치권에선 현재 이 대표가 처해있는 상황에 초점을 맞춘 분석이 많습니다. 이 대표는 여권 내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와 대권주자 경쟁을 벌이고 있죠. 선명성을 내세우는 이 지사와 차별화를 위해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걸었던 통합의 길, 즉 중도적인 포지셔닝을 위한 포석이라는 겁니다.

[앵커]
과거에 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김영삼 대통령에게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건의했었죠?

[기자]
네, 97년이죠. 김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사면을 건의해서 실제로 성사가 됐습니다. 당시 사면은 통합과 용서의 메시지가 컸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이 이번에도 그렇게 바라볼지는 미지수입니다.

[앵커]
어떤 점에서 그런가요?

[기자]
여당은 지난해 임대차 3법과 공수처법 등을 강행처리하면서 야당과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여기에 부동산 문제, '추-윤 갈등'까지 겹치면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죠. 이 때문에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도 고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데, 선거 승패에 따라 이 대표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 선거 승리가 절실한 상황에서 이 대표가 서둘러 사면 카드를 꺼내든 것 아니냐는 겁니다. 당장 야권에선 다른 목소리가 나오며 분열 양상도 감지되고 있는데, 환영은 하면서도 정치적 목적을 의심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김대중 전 대통령은 '화해와 용서'의 카드였고, 이낙연 대표는 '정치적 이해에 따른 결심'이라는 분석인데, 아무래도 지지율이 심상치 않으니 고민이 있겠죠. 그런데 관심은 문 대통령과 사전에 조율이 됐느냐 하는 건데, 어떻습니까.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실패 이후 청와대와 여권 핵심부가 움직이는 방향을 보면 조율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습니다. 전체적으로 갈등 요인을 줄이고 중도로 한클릭 이동하는 분위기인데, 지난해 말까지 입법 독주를 했던 걸 감안하면, 이런 새 흐름을 4월 선거와 분리해서 생각하긴 어려울 겁니다. 또 대통령과 실제로 사면이 이뤄질 경우 그 공은 화두를 선점한 이 대표에게 돌아갈 공산이 큰데, 만약 대통령과의 사전 교감이 있었다면 이런 점까지 고려됐을 수 있습니다.

[앵커]
문 대통령도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 가슴이 아프다고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사면 조건이 되면 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들이 있던데, 여론을 어떻습니까.

[기자]
과거 여론조사를 살펴봤는데요,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이슈가 한창이던 2017년 여론조사에선 특별사면 반대 여론이 67.6% 였습니다. 2019년엔 반대 54%, 지난해엔 응답자의 56.1%가 반대했습니다. 이 가운데 자신이 중도성향이거나 무당층이라고 답한 사람들만 떼어놓고 보면 각각 73.3%, 56.7%, 46% 비율로 반대 여론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어쨌든 찬성보다 많았습니다.

[앵커]
중도층에서 사면에 긍정적이라면 이낙연 대표로서도 사면 카드로 외연을 확장하는 실익이 있을 텐데, 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핵심 지지층의 반발로 입지만 더 약화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기자]
네 맞습니다. 실제 친문 지지자들 사이에선 문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말라며 이 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결단을 하게 되면 지지층도 수긍하면서 전체적으로는 중도층 표심에서 사면의 효과를 얻을 수도 있을 듯합니다.

[앵커]
차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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