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쉽게 마주치는 식물, 질경이입니다. 흔히, 잡초라 부르지요. 키가 작은 질경이는 숲 속에선 햇빛을 볼 수 없어 생존 전략으로 길가에 나와 사는데, 사람에게 자꾸 밟힙니다.

하지만 이 밟히는 위기도 기회로 삼습니다. 씨앗이 신발 바닥이나 자동차 바퀴에 묻어 이동하며 번식하는 겁니다. 척박한 땅, 숱한 발길질 속에서도 생존하려는 질경이의 몸부림이죠.

우리나라 일자리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자영업자들, 코로나 사태라는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된 몸부림을 치고 있습니다.

정석집 / 식당 자영업자
"적금도 깨고 보험 들어놓은 것도 깨고 버티고 있습니다."

경기석 / 한국 코인노래연습장 협회장
"전쟁터에 내보냈으면 총알을 주셔야죠. 총만 주고 싸우라하면 말이 됩니까"

강원래 / 주점 운영자
"대한민국 방역은 전세계에서 꼴등인거 같습니다. 지금 이 빈 가게만 봐도 마음이 메어져요."

생계 절벽에서 외친 목소리 가운데 '방역 꼴등' 네 글자에만 집중한 일부는 강원래 씨의 장애를 비하하는 인신 공격성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방역 꼴등' 표현 자체는 사실과 다를지라도 그의 표정과 말투를 본다면 2억여원의 빚이 쌓인 어려움을 알아달라는 울분과 한탄이었습니다. 대통령 앞에서 다소 거친 언어로 하소연했던 반찬가게 주인은 신상털기와 악성 댓글에 시달린 바 있지요.

언어 너머에 담긴 감정에는 눈을 감고 니 편, 내 편의 시선으로 정치적 뭇매를 가한다면 스러져가는 자영업자의 몸부림마저 짓밟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강원래 씨는 격한 감정 표현에 사과하면서 '아무도 저희 말을 안 들어줘서 목소리를 내고자 만든 자리였다'고 덧붙였습니다.

과거 조상들은 길가의 질경이가 말라죽으면 그 해 가뭄이 들 것을 짐작하고 한 해 농사를 대비했답니다. 서민 경제의 근간인 자영업자의 목소리도, 우리 경제 앞날을 내다보는 나침반과 같습니다. 이들 목소리를 후순위로 두고 또 절규마저 정치적 해석으로 틀어막는다면 우리 경제에 드리우는 먹구름의 신호를 놓칠 수 있습니다.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한 자영업자의 사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