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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그들에게 공익제보란?

등록 2021.01.27 21:52 / 수정 2021.01.27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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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절대반지를 탐내는 골룸이 마음속 선한 존재 스미골과 갈등합니다.

"안 돼, 주인님이야!" "안 되긴 내 보물!" "주인님은 내 친구야!" "넌 어떤 친구도 없어!"

결국 절대반지를 손에 쥔 골룸은 불구덩이로 떨어집니다. 시인이 책을 내기로 하고 받은 선인세 3백만 원을 아내 몰래 주머니에 넣고 다닙니다. 목돈을 어디다 쓸지, 속물적 유혹에 시달립니다.

"애인과 거나히 술을 먹을 것인가… 돈은 주머니 속에서 바싹바싹 말라간다"

길몽을 꾼 시인이 '로또에 당첨되면 뭘 할까' 궁리합니다. 자동차에 아내까지 바꿀까 하다 결국 로또를 포기합니다.

"내가 부자가 되면 화초에 물은 누가 줄 것이며 잡초는 어떻게 하고…".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제보한 공익신고자를 수사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법무부와 민주당에서 잇달고 있습니다. 가짜 사건번호가 적힌 출국금지 서류를 결재한 법무부 간부는 신고자를 기밀유출로 고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박범계 법무장관 청문회에서는 민주당 의원이 신고자의 야당 제보를 문제 삼으며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박 장관은 "공익제보 여부와 수사자료 유출세력을 살펴보겠다"고 했습니다. 신고자를 보호해야 할 국민권익위는 "공수처 수사 의뢰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은 직무상 비밀이 포함됐어도 비밀준수 의무 위반으로 보지 않고 있습니다. 신고자를 보호하는 것이 공익신고를 장려하는 핵심 조건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공익신고 대상에는 국회의원도 포함돼 있습니다. 그래서 특정 정당에 제보한 걸 문제 삼을 순 없습니다. 그런데도 의혹 당사자인 법무부 간부가 나서 고발을 거론했습니다. 야당 시절 세 차례 신고자 보호를 강화하는 개정안을 냈던 박범계 장관은 "소위 공익제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공익신고자 보호를 국정과제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여권이 내부 고발자를 대하는 태도는 들쭉날쭉합니다.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 제보자와 지명 수배된 윤지오씨는 마치 의인처럼 감쌌습니다.

반면 추미애 전 장관 아들 의혹을 제기한 당직사병은 '단독범'이며,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은 '나쁜 머리를 쓴다'고 비난했습니다. 사안에 따라 왜 이렇게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지 국민들은 그 이유를 다 알고 있습니다. 목돈을 쥐고 로또를 꿈꿔도, 염치를 아는 사람들은 욕심과 유혹 앞에서 돌아설 줄을 압니다.

하지만 이중인격의 골룸이 불구덩이에 떨어지는 영화를 보며 대리 만족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슬픈 현실입니다.

1월 27일 앵커의 시선은 '그들에게 공익제보란?'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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