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성남의 무료급식소 앞에 벤츠 승용차가 섰습니다. 모녀가 내려, 도시락을 받으려고 늘어선 노숙인들 사이에 끼어들었습니다. 급식소를 꾸리는 신부님이 말렸지만 모녀는 한참을 버티다 돌아섰습니다. 대체 어떤 사람들이길래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벤츠와 무료급식소 이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전 국민의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국회 산자위원장 시절, 사무실에 카드단말기를 차려놓고 피감기관들에게 자신의 시집을 팔았습니다. 그는 산자위원장에서 물러났고 6개월 당원자격 정지를 당했습니다. 이후 여야 모두 출판기념회 자제령을 내리고 대책을 마련한다며 부산을 떨었지요.
경이로운 알뜰살림으로 화제에 오른 황희 문체부장관 후보자는 출판기념회 수익금 7천만 원으로 아파트 전세 대출금을 갚았다고 했습니다. 고기를 비롯한 명절 음식 선물 덕분에 식비도 별로 안 든다고 했습니다. 깜짝 놀랄만한 창의적인 해명이었고, 그의 집에 얼마나 큰 냉장고가 있는지 궁금하다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압권은 한 달 생활비 60만 원이라는 얘기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청문회에서는 자신은 60만 원을 말한 적이 없고 보험료 등 기본 생활비를 뺀 카드 사용액 720만 원을 기자가 편의대로 열둘로 나눈 것뿐이라고 했습니다. 며칠 전에는 아내는 머리도 집에서 자른다며 절약 생활을 강조하더니 오늘은 사실 한달에 300만 원 정도는 쓰고 산다고 슬쩍 말을 돌렸습니다. 장관 되겠다는 사람이 혹시 국민을 바보로 아는 건 아니겠지요.
그는 2017년부터 세 차례 가족 해외여행을 했고, 스페인 여행은 병가를 내 본회의에 빠지고 다녀왔습니다. 딸이 다니는 외국인학교는 한 해 학비가 4천200만 원입니다.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이 정도 씀씀이의 가정이 한 달 60만 원으로 살았다는 설명을 믿으라고 한다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수치심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추미애 아들 의혹을 제기한 당직사병을 두고 "단독범으로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도시공학을 공부하고 국토교통위, 국방위에서 활동했습니다. 그러더니 느닷없이 문체부 장관으로 지명됐습니다. 도덕성은 그렇다 치고 전문성은 또 어떨지 짐작이 어렵지 않습니다.
야당은 부적격 판정을 내릴 것이고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임명을 강행할 겁니다. 늘 그래 왔듯이.
시인이 양파를 벗기며 눈물을 흘립니다.
"한 꺼풀씩 벗겨질 때마다, 매운 냄새가 코를 찌르는데, 있을 거 아냐, 뭔가…"
그의 금고에는 써도 써도 마르지 않는 화수분이라도 있는 걸까요. 한 장관 후보자의 살아가는 법을 보며 경탄과 당혹, 존경심과 황당함이 엇갈립니다.
2월 9일 앵커의 시선은 '경이로운 알뜰 살림'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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