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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문재인 정부의 DNA

  • 등록: 2021.02.10 21:52

  • 수정: 2021.02.10 21:59

하늘나라에 사는 천인이 퉁소를 불고, 비파를 타고, 장구를 치고, 춤을 춥니다.

봉황과 용이 날고, 온갖 꽃이 만발했습니다. 절을 지키는 수문장 사천왕이, 머리에 쓴 보관입니다.

보관에는 불길이 솟아나는 구리거울도 있습니다. 사람이 죽어 저승 염라대왕 앞에 서면, 평생 입과 몸으로 지은 온갖 죄업을 비춰 지옥행을 판가름하는 업경대입니다.

법당에도 이렇게 사자 등에 올려 언행을 삼가라는 가르침으로 삼지요.

그렇듯 우리 속담도 "입 찬 말은 묘 앞에 가서 하라"고 했습니다. 살아 생전에 섣부른 호언장담은 하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지금 집권세력의 언행을 보면 '우리는 도덕적으로 완벽하다'는 섣부른 확신이 느껴지곤 합니다.

전 청와대 특감반원 김태우씨가 특감 무마와 사찰 의혹을 폭로했을 때 청와대가 그랬습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흐린다" "문재인 정부 유전자에는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지요.

그 호언장담의 죄업이 법정이라는, 현실의 업경대에 고스란히 비쳤습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오랫동안 재판을 받아 오던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법정 구속됐습니다. 문재인 정부 장관이 직권남용으로 단죄된 첫 사례입니다.

신미숙 전 청와대 비서관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는 점'이 참작돼 집행유예를 받았습니다. 신 비서관 이상 윗선의 관여를 암시한 판결입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공모한 일이 "유례없이 계획적이고 대대적"이라고 했습니다.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요구하고, 청와대와 환경부가 점찍은 사람들이 임명되도록 개입해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임원들의 사퇴동향을 담은 문건이 김태우씨가 제시한 '환경부 블랙리스트' 였던 겁니다. 하지만 청와대는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체크리스트라고 둘러댔습니다.

"미꾸라지가 흐려놓은 불순물이 곧 가라앉고 진실이 명료해질" 거라고 했습니다.

결국 진실은 명료해졌습니다. 그러자 청와대는 다시 한번 블랙리스트는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끝내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상식의 언어와는 다른 것이라는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습니다.

DNA 분석기법의 획기적 발전은 강력사건 수사에 내린 축복입니다.

그렇다면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어떤 DNA가 검출됐을까요?

2월 10일 앵커의 시선은 '문재인 정부의 DNA'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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