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코원숭이는 서열 따지기에 민감합니다. 서열 관계는 폭력으로 이어지는데 강자에게 당하면 약자에게 분풀이를 합니다. 우두머리에게 당한 젊은 수컷은 암컷을 때리고 암컷은 어린 원숭이를 찾아 못살게 굽니다.
부정할 수 없게도 인간 역시 비슷한 본성이 있습니다.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는 옛말이 바로 그것이죠. 심리학에서는 이걸 방어기제의 하나로 '전치'라 합니다. 다만 강자와 약자의 기준이 단순한 힘에서, 부, 권력, 지위로 넓혀진다는 게 동물과 다르다면 다르겠지요.
여자 배구 쌍둥이 자매 학교 폭력 소식에 사회가 들끓고 있습니다. 성적이 곧 권력이 되고 국가대표 출신 어머니의 든든한 배경 속에서 약자는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는 침묵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우리 사회의 축소판처럼 느껴져서일 겁니다.
반항조차 할 수 없는 아이에게 가하는 학대, 여성을 상대로 한 N번방 사건 같은 성범죄와 묻지마 폭행, 툭하면 터지는 경비원 갑질 폭행, 약자를 희생양 삼은 폭력은 우리 사회의 일부분이 됐습니다. 뉴스를 전하는 제가 폭행 사건을 말하지 않은 날을 세어보는 게 더 빠를 정도니까요.
소설가 김훈 씨는 야만의 시대라 자조하며 되묻습니다. "약자가 살기 위해서 자신을 강자의 먹이로 내줘야 한다면 그것은 인간이 살 수 없는 세상이지 않은가?" 하지만 다행히랄까요, 인간 뇌에는 거울이 있습니다. 주변 사람의 행동과 감정을 거울처럼 따라하는 '거울 뉴런' 덕분에 우리는 공감 능력을 지녔습니다.
며칠 전 숨진 정인이 양부모 재판 날, 법원 앞에 울렸던 절규의 목소리, 뺨에 흐르던 눈물이 우리 마음을 더 적셨고 여기에서 희망을 보았습니다. 이 감정이 전염되게 거울 세포를 씻어보는 오늘 저녁입니다. 거울을 닦을 수록 불편한 폭행 뉴스를 전하는 날도 줄어들겠지요.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폭력 사회, 야만 시대"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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