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지에 과실수, 텅빈 비닐하우스
/ 연합뉴스
LH 직원 A씨는 2017년 5월 24일, 이 택지에 포함된 과천시 과천동 꿀벌마을의 땅(20*-2) 1122㎡를 가족 4명과 지분을 쪼개 매입했다.
매입 금액은 10억 8,600만원이고, 7억 2천만원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다. 과천 농업협동조합에서 최소 5억원의 대출을 받아 땅을 산 것으로 보인다.
이 직원은 서울지역본부 소속으로 인허가 업무를 맡고 있다.
과천시 과천지구는 지난 2018년 12월 3기 신도시를 발표할 때, 7000여 가구가 들어서는 이른바 '미니신도시'로 지정된 곳으로, 서울과 근접하고 주변 공원시설 등이 이미 갖춰서 '최고의 입지'로 손 꼽히는 곳이다. A씨가 이 땅을 매입한 것은 과천지구가 택지로 지정되기 1년 여 전이다.
해당 필지를 직접 찾아가보니 광명과 시흥에 투자한 다른 LH직원들 땅처럼 도로가 연결 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른바 '맹지'다.
A씨 필지는 다른 주민들 땅에 좁게 내놓은 통로를 겨우 통과해야 진입할 수 있어 차량 통행도 불가하다.
농기계조차 들이기 어려운 구조지만, 필지에는 농사를 짓는 듯 비닐하우스 두 동과 과실수가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주민들이 실제 거주하며 농사를 짓고 있는 주변 비닐하우스들과 달리, A씨 필지의 비닐하우스 내부엔 인적이 없고, 문 틈새로 말라 비틀어진 식물만 보인 채 잠겨있다.
주민들은 "실제 농사를 지어야 이 동네 땅을 살 수 있기 때문에 투자하는 사람이 농사를 짓는 것처럼 꾸며놓은 것" 이라며 "4년 여간 실제 농사를 짓는 모습은 본 적 없고, 버섯 농사용으로 추정되는 비닐하우스도 업자가 작업해 꾸며준 것으로 안다"고 입을 모았다.
이 마을에서 30년 이상 거주했다고 밝힌 한 주민은 "매실과 살구 등 과실수도 심어만 놨을 뿐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다"며 "관리도 안할 나무를 왜 심었나했는데 이번 LH직원들 투기 보도를 보고 보상을 노린 거란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2020년 조달청이 보상 기준으로 제시한 수목단가에 따르면 나무의 높이와 직경에 따라 다르지만 매실나무는 4만~80만원, 살구나무는 6만5000~190만원에 달한다.
현재 토지 보상이 진행 중인 이 마을 주민들은 LH 투기 의혹에 허탈감과 불안감을 드러냈다. 특히 LH와 공무원 등의 투기가 알려지며 실제 수십년 간 이 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농사를 짓던 주민들의 보상과 개발 일정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컸다.
LH 측은 A씨의 투기에 대해 "현재 조사중인 사항이라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고, 합동조사단 고위 관계자도 "개별건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고 말을 아꼈다.
정부합동조사단은 이르면 내일 1차 조사를 마무리하고, 11일 오후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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