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상원사는 아름다운 두 국보, 신라 동종과 문수동자상을 품고 있습니다.
문수전에 모신 동자상에는 세조의 부스럼을 낫게 해줬다는 설화가 깃들어 있지요.
1.4 후퇴 때였습니다. 퇴각하던 국군 장교가, 상원사에 인민군이 주둔하지 않도록 붙태우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낸 한암 큰스님이 혼자 문수전에 앉아 장교에게 말했습니다.
"군인은 명령을 따르면 되고, 승려는 죽으면 화장하는 것이니 어서 불을 질러라"
장교는 문짝 하나만 떼내 태운 뒤 철수했고, 스님은 절과 국보를 구한 석 달 뒤, 앉은 채로 입적했습니다. 스스로를 버린다는 기개로 불자의 사명과 소임을 다한 실화입니다.
한암 스님이 남긴 유명한 법어가 있습니다.
"천고에 자취를 감춘 학이 될지언정, 춘삼월에 말 잘하는 앵무새는 되지 않겠노라"
말문에 거침이 없던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국회에서 도무지 대답을 안 합니다.
"(어떻게 하실 거예요?)…"
"(어떨 때 책임을 질 겁니까)…"
"LH 직원들이 정보를 미리 알고 땅을 사지는 않았을 거"라는 두둔 발언에 대해서는 답이 이렇습니다.
"(땅 사재기 한 거를 알고 계셨습니까? 알고 말씀하신 거예요?) 전혀 몰랐습니다"
"(사전에 말씀하시기 전에 조사를 해봤습니까?) 해본 적 없습니다"
그래놓고 또 단정합니다.
"노력했는데 결과적으로 일부의 일탈이 나타났습니다…"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일이 커졌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장관이 이러니, LH 직원 익명 게시판에 국민 부아 돋우는 소리가 잇따르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열심히 차명 투기하며 정년까지 꿀 빨며 다니련다" "부러우면 우리 회사로 이직" 하랍니다. 사내 메신저엔 "잘려도 땅 수익이 회사 평생 버는 돈보다 많다"는 글이 떴습니다.
신도시 계획이 없었던 박근혜 정부를 조사대상에 포함시킨 데 이어, 이명박 정부도 조사하자는 말이 여당에서 나왔습니다. 전 정권 탓하고 다른 사람 끌어들여 본질을 흐리는 수법도 너무 많이 봐온 탓인지 지겹지 않을까 그저 안쓰러울 뿐입니다.
엊그제 국제학술지에 실린 사진입니다. 달팽이가 기생충을 없애려고 스스로 몸통을 잘라냈습니다. 그러고는 머리에서 다시 몸통이 자라났다고 합니다. 달팽이조차도 이럴진대 지금 너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서 사퇴할 수 없다는 변 장관의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많은 사람들이 난감해 합니다.
3월 10일 앵커의 시선은 '국토부 장관의 입'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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