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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린' 역주행시킨 해병대원 인터뷰…"브걸 누나들과 서로 힐링돼 기뻐"

  • 등록: 2021.03.12 오후 13:48

  • 수정: 2021.03.12 오후 13:52

지난 2019년 8월 해병 제1사단 위문열차(국방TV) 공연에서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와 1사단 해병대원들이 함께 '롤린'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 / 국방TV 캡처
지난 2019년 8월 해병 제1사단 위문열차(국방TV) 공연에서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와 1사단 해병대원들이 함께 '롤린'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 / 국방TV 캡처

2011년 데뷔한 평균 나이 31세의 걸그룹 브레이브걸스가 무명 생활에 지쳐 활동을 접기 직전, 가요계의 '신데렐라'로 하루 아침에 떠올랐다.

지난 2019년 8월 국방TV 프로그램 '위문열차' 장기자랑에서 해병대 1사단 장병들이 브레이브걸스가 4년 전에 내놓은 '롤린' 노래에 맞춰 춤을 춘 것이 뒤늦게 화제가 된 것이다. 우람한 해병대원들이 여장을 하고 섹시댄스를 추는 도중 실제 걸그룹이 깜짝 등장했고, 당시 공연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이 달에만 조회수 500만뷰, 600만뷰를 기록했다.

그동안 군 장병들 사이에선 '군통령'으로 군림하면서도 울타리 밖 민간인 사회에선 '무명 가수' 설움을 삼키던 데뷔 10년 차 걸그룹이 각종 음원차트 1위에 오르며 방송사·신문사 섭외 1순위가 됐다.

지난 2019년 8월 해병 제1사단 위문열차(국방TV) 공연에서 장기자랑에 참가했던 김대경씨의 모습. / 국방TV 캡처
지난 2019년 8월 해병 제1사단 위문열차(국방TV) 공연에서 장기자랑에 참가했던 김대경씨의 모습. / 국방TV 캡처

2년 전 '롤린' 패러디 공연을 했던 병1238기 예비역 병장 김대경(23)씨는 11일 TV조선과의 통화에서 "브레이브걸스 누나들이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고마워하는걸 봤는데, 오히려 우리가 더 감사하다"며 "우린 1년 6개월 군 생활 내내 브레이브걸스 누나들 노래로 '힐링(healing)'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2019년 8월 위문열차' 프로그램 장기자랑에 나섰던 날이 아직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했다. 김씨는 "위문열차가 오기 몇 달 전 이미 부대 행사 때 '롤린' 장기자랑을 선보인 적이 있었기 때문에 부대원 반응이 그리 좋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다들 주눅이 들어 있었다"고 했다.

게다가 위문열차 출연 가수로 롤린의 원가수 브레이브걸스가 온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김씨를 포함한 장기자랑 팀원들은 더욱 긴장했다고 한다. 김씨는 "예쁜 브걸 누나들 공연 뒤에 남자들인 우리 춤을 보면 분위기가 싸할 것 같았다"며 "그냥 '잘되면 포상휴가, 안되면 외출 외박이나 받자'는 생각으로 나갔다"고 했다.

지난 2019년 8월 해병 제1사단 위문열차(국방TV) 장기자랑 공연 모습. / 국방TV 캡처
지난 2019년 8월 해병 제1사단 위문열차(국방TV) 장기자랑 공연 모습. / 국방TV 캡처

그런데 리허설 공연을 본 다른 출연가수와 제작진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프로그램 작가와 스태프들이 '너무 웃기다'며 이것 저것 물어보자, 순식간에 대기실 '인싸'가 됐다. 특히 국방TV 위문열차 PD는 리허설 공연에 흡족해하며 "본 방송에선 춤만 추지 말고 입으로 노래 가사를 립싱크 하듯이 부르고, 표정과 율동도 디테일을 살려서 요염하고 섹시하게 하라"고 수시로 조언했다고 한다.

본 무대 막이 오르고 '롤린 패러디' 공연이 시작되자, 1사단 전우들은 마치 브레이브걸스를 실제로 본 것처럼 뜨겁게 환호했다. 전우들이 후렴구 사이에 '예!' 추임새를 넣어주고, 율동도 같이 따라해주자 김씨와 팀원들도 신이 나기 시작했다. PD의 지시대로 브레이브걸스에 빙의한 것처럼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춤을 췄다.

노래가 다 끝나갈 무렵, 김씨와 팀원들이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자신들의 공연만 마치고 곧바로 다음 스케줄 장소로 떠나기로 돼 있던 브레이브걸스가 갑자기 무대위로 올라와 함께 공연을 펼친 것이다. 위문열차 PD의 '깜짝 이벤트'였다. 김씨는 "처음엔 너무 놀라 안무도 까먹을 정도였는데, 얼른 정신을 차리고 누나들과 함께 정신없이 춤을 췄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유튜브에 올라온 이 영상은 보름 만에 조회수 240만뷰를 넘겼다.

노래가 끝나자, 브레이브걸스 멤버들은 각자 자신의 파트를 맡아준 장병들을 안고 도닥여줬다. 그 때 해병대 공연팀의 막내 일병은 혼자 뻘쭘하게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일병이 맡은 파트는 당시 탈퇴해 있던 브레이브걸스 멤버의 것이기 때문에 인사를 나눌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를 알아챈 브레이브걸스의 유나가 다가와 "탈퇴한 옛 친구들 생각난다"며 막내 해병을 안아줬다고 한다.

공연이 끝난 뒤 브레이브걸스와 해병대원들이 포즈를 취한 모습. / 국방TV 캡처
공연이 끝난 뒤 브레이브걸스와 해병대원들이 포즈를 취한 모습. / 국방TV 캡처

현재 경기도 오산에서 공조냉동기계 기능사 자격증 시험을 준비중인 김씨는 "군인들만 좋아하던 브레이브걸스 누나들이 요즘 많은 사랑을 받게 돼서 기분이 좋다"며 "앞으로 더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브레이브걸스 인기 수직상승에 기여한 소감이 어떻냐는 질문에 "한창 사회에서 재밌는 거 많이 할 나이에 군대에 와서 고생하는 군인들이 가수의 노래에서 위로를 받는데 그치지 않고 서로 힐링된 것 같아 뿌듯하고 기쁘다"고 했다. / 윤동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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