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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 앵커가 고른 한마디] 용서하고 싶다

  • 등록: 2021.03.20 19:47

  • 수정: 2021.03.20 21:08

"이 사건에서 내가 실패한 건 더 들여다봤어야 하고 또 집요하게 파헤쳤어야 하는 의무를 저버린 것이다"

2015년 미국의 전직 검사 마티 스트라우드가 한 신문사에 반성문을 보냈습니다. 30년 전 자신이 사형을 구형한 사건이 무죄로 드러나자, 무엇을 잘못했는지 조목 조목 써 공개한 겁니다. 이후 억울하게 옥살이 한 피해자를 찾아가 용서를 구했고 이 장면은 뉴스를 통해 내보내졌습니다. 이처럼, 좋은 사과는 먼저 내 잘못을 분명히 밝히고 앞으로 무엇이 달라질지 전달하는 것이라고 언어학자 바티스텔라 교수는 말합니다.

250여일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박원순 전 시장의 성폭력 피해자 또한 '잘못을 인정하라"고 외쳤습니다. 박 전 시장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괴롭다면서요, 아마 이런 말들 때문이었겠죠.

남인순 / 더불어민주당 의원
"무엇보다 피해호소인이 현재 느끼고 있을 두려움.."

박범계 /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
"맑은 분이시기 때문에”

진성준 / 더불어민주당 의원
"피해 호소인의 피해를 기정사실화한 채.."

여당에서 '사과' '사죄'라는 단어가 나왔지만 여전히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빠져있었습니다. 피해자가 요구한 당 차원의 징계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입니다. '피해호소인'으로 부르자 주장했던 여성 의원 3명이 박영선 후보 캠프에서 사퇴한 과정도 그 이후도 개운치 않습니다.

박영선 /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18일)
(남인순 의원님이랑 그런 분들도 다 같이 가시겠다는 의미신지요?) "'짊어지고 가는 것이 가장 어려운 길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박영선 /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19일)
"오늘 좀 우울해요. '고민정 의원 사퇴로 20만 표는 날아갔습니다' 이런 댓글도 있고."

아무리 지지자들의 댓글을 언급한 것이라지만 이 와중에 '표' 이야기라니요. 한 시인이 가을 사과에 빗대 사과와 용서에 대해 고찰합니다.

사과는 용서받을 때까지 / 이담하
"사과는 사과를 갖고 하는 것도 입이나 손바닥으로 하는 것도 아니다 사과하고 싶다면 용서받을 때까지 늦가을 사과나무처럼 서 있어야 한다"

그런데 거꾸로 피해자가 사과를 기다리며 늦가을 사과나무처럼 발갛게 익어 가도록 외롭게 서 있습니다. 용서하고 싶다면서 말입니다. 그 기다림이 길지 않기를 바랍니다.

오늘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용서하고 싶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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