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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잔불이 뒷불될라

등록 2021.04.12 21:52 / 수정 2021.04.12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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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가 그린 이 그림은 서울 장충단에 있던 조선시대 '남소영'을 묘사한 작품입니다.

양반집 자제들로 창설된 최정예 군대 어영청의 직속 부대였지요. 그리고 어영청이 있던 종로4가에는 이렇게 표지석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어영청은 구한말 근대식 군대에 밀려 오합지졸이 돼버렸습니다. 그래서 "어영청은 군대도 아니라"고 비웃던 말이 '어영비영'이고, 거기서 나온 말이 '어영부영' 이라고 하지요.

'흐지부지'도 원래는 한자말이었습니다. '휘지비지' 즉 '남을 꺼려서 몰래 얼버무려 넘긴다'는 얘기입니다.

구한말 신조어 '빙빙과거' 역시 '어름어름 지나(過), 간다(去)'는 뜻이지요. 잔불은, 타고 남은 불씨를 가리키고, 잔불이 살아나 다시 타오르는 불을 뒷불이라고 합니다. 산불을 어영부영 흐지부지 끄고 어름어름 덮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잔불이 기어이 뒷불로 되살아나 온 산에 번지는 경우를 우리는 그동안 수없이 봐 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일하게 형이라고 호칭하는 사람, 저 하나뿐입니다"

서울중앙지검이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개입 혐의로 이진석 국정상황실장을 기소하고 수사를 종결했습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 조국 전 민정수석, 이광철 민정비서관은 무혐의 처리했습니다. 검찰이 송 시장을 포함해 열세 명을 기소한 지 1년 석 달 만이고, 윤석열 총장이 물러난 지 한 달 만입니다.

윤 총장 시절 사건 공소장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서른여섯 번 등장합니다.

'송 시장이 문 대통령의 30년 지기라는 친분을 이용하려 했다'고 했고, 송 시장 측근이 대통령과 청와대를 지칭한 'VIP'와 'BH' 메모도 제시했습니다. 'VIP 직접 출마요청 부담으로 비서실장이 요청' '몇 월 몇 일 BH 방문' 'BH 회의' 같은 메모들입니다.

당시 추미애 장관이 기를 쓰고 공소장 공개를 막으려 했던 일도 아직 기억에 생생합니다.

첫 기소 이후 벌어진 일들도 상식과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추 장관은 이 사건 검찰 수사팀을 공중분해 해버렸고, 담당 판사는 유무죄를 가리는 공판을 지금껏 한 번도 열지 않았습니다.

권력의 선거개입은 민주주의의 뿌리와 줄기를 함께 뒤흔드는 중대 사안입니다. 만에 하나, 대충 물을 붓고 어물쩍 흙을 덮는 것으로 불을 껐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입니다.

불씨는 잠시 잠을 잘지언정 언젠가는 되살아나게 돼 있습니다.

4월 12일 앵커의 시선은 '잔불이 뒷불 될라'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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