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달을 향해

등록 2021.04.20 21:52 / 수정 2021.04.20 21:55

  •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묻고 더블로 가!"

도박꾼들의 하루살이 같은 삶을 그린 영화 '타짜'는, 아련하면서도 처절한 노래로 끝납니다.

"밤마다 불을 찾아 헤매는 사연… 아 아 아 너를 안고 가련다, 불나비 사랑"

한대수가 부른, 김상국의 명곡 '불나비' 입니다. 불나비 또는 부나비, 부나방은 무작정 불 속으로 날아들어 타죽고 마는, 부질없는 집착을 상징합니다.

김상국이 외치던 '불나비사랑'은 '무조건적이고 맹목적인 사랑'을 뜻하는 단어로 국어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소. 모를 건 사람의 팔자라는데" 

그의 데뷔곡 역시, 전쟁이 휩쓸고 간 폐허에서 살아남으려던 청춘의 안간힘을 토해냅니다. 반백 년도 넘은 그 시절 노래들은 마치, 지금 젊은이들의 몸부림과 탄식인 양 귓전을 때립니다.

단숨에 팔자를 고쳐보겠다며 가상화폐의 불길에 뛰어드는 '2030 투기'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습니다.

장난삼아 만들었다는 도지코인조차 하루 거래대금이 코스피를 능가했습니다.

폭탄 돌리기 같은 이 미친 바람의 끝은 어디일까요. 끝내 폭탄을 떠안고 나락으로 떨어질, 무서운 폭주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극심한 취업난으로 사회에 첫발도 내딛지 못하거나, 있던 일자리도 잃고 마는 청년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집값까지 폭발하면서 '이번 생에 집 사기는 망했다'는 '이생집망'에 '벼락거지'라는 비명이 터져나옵니다.

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영끌'은, 부동산에서 주식을 거쳐, 가상화폐로 몰리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에 밴 절망과 비관, 냉소가 처절하기까지 합니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달, 영어로 '문'은 가격급등을 가리키는 은어입니다. 달 로켓 발사를 뜻하는 '문샷'이나 '달을 향해'라는 말도, 지구를 벗어나 달에 닿도록 값이 오른다는 의미지요.

가상화폐 광풍을 선도하는 일론 머스크가 "도지코인을 달까지 보내겠다"고 하면서 '투 더 문'은, 젊은이들이 가상화폐 폭등을 기원하는 주문이 돼버렸습니다.

'묻고 더블로 가는' 그 무모함이 누구의 죄인지 따져 무엇하겠습니까만, 굳이 따진다면 불공정한 우리 사회와 무기력한 기성세대의 죄이겠지요. 희망을 잃은 청춘의 몸부림을 보며, 슬프고 안쓰럽고 미안하고 걱정스러울 따름입니다.

4월 20일 앵커의 시선은 '달을 향해' 였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