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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불사조, 이상직

등록 2021.04.22 21:52 / 수정 2021.04.22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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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간식 포장을 뜯어놓은 개를 주인이 닦달합니다.  

"네가 했어?"

한 마리는 고개를 돌려 모른 척하고, 또 한 마리는 귀를 늘어뜨리고 고개를 숙입니다.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외면합니다.

거실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놓은 강아지, 하는 짓 좀 보십시오. 벌 받는 아이처럼 앞발을 모은 채 눈을 깜박이며 눈치를 살피다 고개를 떨굽니다.

개에게도 죄의식이 있는 걸까요. 아닙니다. 잘못을 뉘우치는 게 아니라, 주인의 화난 얼굴과 큰 목소리, 거친 제스처가 불안하고 혼란스럽고 두려운 거랍니다.

시인은 제 앞 가리느라 아등바등 산 것도 죄라고 자책합니다. "들자니 무겁고 놓자니 깨지겠고… 내 독 깨뜨리지 않으려고 세상에 물 엎질러, 사람들 발등 적신 죄 크다" "인간만이 얼굴이 붉어지는 동물" 이라는 말이 맞습니다. 

"이 참을 수 없는 치욕과 수모를 동료 의원 여러분 또한 언제라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이상직 의원이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했던 신상발언입니다. 선처를 호소하는 건지, 으름장을 놓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혼란스러운 마음을 이렇게 표현한 것인지 어리둥절합니다.

그는 검찰이 악의적으로 영장을 청구했다고 비난했지만, 그동안 자신을 둘러싼 숱한 논란과 의혹들을 돌아본다면 사과와 반성이 먼저였어야 할 겁니다.

그는 표결 중에 회의장을 빠져나오면서 취재진에게 "보도 똑바로 하라"고 호통쳤습니다.

전날 입장문에서는 딸이 회삿돈으로 1억짜리 포르셰를 타는 것이 '안전한 차여서' 라고 했습니다.

법원에 출석하면서는 "나는 불사조다. 어떻게 살아나는지 보여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검찰은 이스타항공 창업주였던 그와 일가의 횡령배임 액수가 5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들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을 지냈습니다. 임금 체불과 대량 해고 파문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그러다 80퍼센트 넘는 찬성으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는데도 이렇게 당당할 수 있는 데는 무슨 배경이 있는 것일까요?

흔히 '뽄새'라고 하는 본새는, 말이나 행동의 됨됨이를 가리킵니다.

언행에서 도무지 죄의식과 죄책감을 찾아볼 수 없는 그의 본새는 도대체, 무슨 믿는 구석에서 나오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4월 22일 앵커의 시선은 '불사조, 이상직'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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