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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단독ㅣ취재후 Talk] 윤석열의 '외교안보 자문'은 김성한 前외교차관…"尹 최대 관심사는 반도체 전쟁"

등록 2021.04.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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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前 외교부 2차관) / 조선일보DB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근 외교안보 분야 현안에 대해 이명박 정부에서 외교부 2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수차례 토론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그동안 노동·복지 전문가인 정승국 중앙승가대 교수를 만나거나 오랜 친구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함께 청년실업 문제나 복지에 대한 대화를 한 사실이 공개됐지만, 외교안보 현안을 전직 차관인 학자와 집중토론한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사회·경제·복지 등 분야는 '야인'으로 돌아온 평범한 법조인도 연구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있지만, 그야말로 '통치'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외교안보' 분야를 깊이 연구한다는 자체가 그의 대권 의지를 가늠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석열 전 총장과 김성한 교수는 초등학교 동창으로, 반세기 넘게 꾸준히 친분을 유지해온 '죽마고우'다. 당시 다니던 초등학교가 반이 서너개밖에 안 돼 6년을 지내다보면 전교생은 물론 부모까지 서로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김 교수는 윤 전 총장이 사법고시에 여러 차례 도전할 때도 많은 상담과 위로를 해줬고, 이후 김 교수가 언론에 기고하거나 인터뷰를 할 때는 윤 전 총장이 '코멘트'를 해주거나 논쟁을 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외교안보 분야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4일 윤 전 총장의 사퇴 이후 두 사람의 통화는 진지한 토론으로 바뀌었다.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윤 전 총장의 질문이 많아졌고, 그에 대한 논쟁 수준도 깊어졌다고 한다. 통화 시간도 길게는 2시간까지 이어졌다.

이런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김 교수와 접촉한 결과, 처음엔 '가끔 연락하는 정도'이고 깊은 조언을 하는 사이는 아니란 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자칫 기사가 엉뚱하게 나갈 경우 오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도를 자제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하지만 '다른 경로를 통해 이미 취재가 상당 수준 된데다, 소문도 어느 정도 난 만큼 TV조선이 아니더라도 언론 보도는 시간문제로 보인다'고 하자, 하루 후 '어차피 보도가 된다면 제대로 정확하게 하길 바란다'며 대화 내용 중 일부를 공개했다.

김 교수와 윤 전 총장의 '첫 전화토론'은 3월 중순에 이뤄졌다. 첫 화두는 '미국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였다. '확장억제를 놓고 한국 측에서 신뢰도를 100%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하는 이유'와 이를 보완할 방법에 대해 한참 동안 논의가 이어졌다.

얼마 후 한미 외교·국방장관의 2+2 회의와 공동성명을 놓고 두번째 토론이 있었다. 이날 가장 큰 관심사는 한미공동성명에 '북한 비핵화' 대신 '한반도 비핵화'란 표현이 들어간 이유였다. 무슨 표현이 맞는지를 놓고 토론이 벌어졌는데, 결론은 알 수 없었다.

앞서 진행된 미일 2+2 회담에서 양국은 공동성명에 중국을 직접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한미 성명에선 언급이 없었던 점을 두곤 김 교수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중국 비판이 빠진 건 그리 이상한 게 아니다"란 취지로 설명했다고 한다.

다음 통화는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이뤄졌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신형전술유도탄'이라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동해 방향으로 발사했다. 이날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은 북한의 미사일 능력과 대비책 등을 놓고 김 교수와 장시간 토론했는데, 김 교수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무기 분야'에 대해서도 예전부터 상당한 관심을 가져온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최근에 이뤄진 통화에선 미·중 반도체 전쟁과 한국의 전략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그동안 주로 '질문'에 집중하던 윤 전 총장이 적극적으로 본인의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1시간가량 진행되던 전화 토론이 이날엔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고 한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패권 선언과 중국을 향한 견제가 본격화하면서, 향후 신기술 분야 주도권을 놓고 한국을 비롯한 당사국들의 외교전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교수는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전하진 않았지만 '미·중 신기술 전쟁이 지정학에 미치는 영향' 등을 놓고 '한국이 좌고우면하며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미래 먹거리에도 차질이 생긴다', '중국이 일찍 반도체에 역량을 집중 투입하지 않은 건 전략적 실수'라는 등의 취지엔 서로 공감했다고 한다.

/ TV조선 뉴스9 캡처


짧게는 1시간에서 길게는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수차례 토론 주제를 보면, 윤 전 총장의 외교안보 관심사가 어느 방향으로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자문 또는 토론해온 김 교수의 그간 기고문이나 인터뷰를 통해서도 차기 유력 주자인 윤 전 총장의 외교정책을 일부 가늠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교수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뉴욕타임스(NYT) 인터뷰 기사 중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를 하는 역할로 등장한 바 있다.

그는 "문 대통령의 좋은 의도는 나쁜 결과를 가져왔다"며 "그의 중재는 효과가 없었고 그렇다고 우리가 비핵화의 진전을 본 것도 아니다. 그에게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 최근 한 신문 칼럼에선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 전까진 핵심 제재를 해제해선 안 된다"면서 "현시점에서 남북관계 개선은 북한에 잘못된 시그널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기고문에선 "5월 한·미 정상회담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정도는 명확히 공동성명에 넣을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 관련 과학기술 혁신에 있어 한국이 일본보다 더 중요한 파트너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함께 넣어 말 그대로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의 진수를 보여주지 못하면 또다시 실패한 회담이라는 비판을 면키 힘들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은 2019년 7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당시 국회에 제출한 '서면질의답변서'에서 '우리나라의 주적'을 묻는 질문에 "대한민국의 주적은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북한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고, '북한정권은 3대 세습 독재라는 것에 대한 후보자의 견해'를 묻는 질문엔 "평화와 통일을 위한 교류와 협력은 필요하지만,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활동에 대하여는 엄정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윤 전 총장의 대권도전엔 여전히 많은 변수와 난관이 존재한다. 그가 압도적인 지지율을 바탕으로 언제 어떤 방식으로 승부수를 던질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윤 전 총장이 이렇게 외교안보 현안을 집중 연구하는 이유에 대해 김 교수는 "왜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는지는 모르겠다"며 웃어넘겼지만, 그가 어떤 '콘텐츠'를 들고 '반사체'가 아닌 '발광체'로 등장할지는 앞으로 주목해볼 대목이다. /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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