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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국민에 대한 예의

등록 2021.05.03 21:50 / 수정 2021.05.03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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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마 카르마… 카멜레온. 당신은 왔다 가고, 왔다 가고…" 

영국 여장가수 보이 조지의 '카르마 카멜레온' 입니다. 카르마는 불교의 업보를 가리킵니다. 이랬다 저랬다 감질나게 밀고 당기는 연인이 대가를 치를 거라는 뜻이지요.

"당신은 나를 (인형처럼) 줄에 매달아 갖고 놀았어요…"

여기서 '스트링 얼롱'은 '헛된 기대를 품게 한다'는 관용구입니다. 요즘 말로 하면 '희망고문' 쯤이겠지요.

가뭄에 목이 타는 참새가, 수도꼭지에서 감질나게 떨어지는 물방울로 목을 축입니다.

한의학에서 '감질'은 어린이 만성 소화불량을 가리킵니다. 거기서 나온 말이 '먹고 싶고 갖고 싶어서 애가 탄다'는 '감질나다' 입니다.

비슷한 사자성어로, 신발 신고 발바닥 긁는 격화소양, 언 발에 오줌 누는 동족방뇨가 있지요.

그런데 나라를 다스릴 때 임시방편 궁여지책으로, 실로 꿰매는 미봉, 아랫돌 빼 윗돌 괴는 하석상대로 근근이 때우다간 어떻게 되겠습니까.

평일 확진자가 육칠백 명을 오르내리고 백신 접종속도는 느리기만 한데, 그나마 접종 공백이 현실로 닥쳐왔습니다.

정부가 화이자 1차 접종을 중단한 데 이어, 아스트라제네카도 차질이 불가피한 형편입니다. 무리하게 1차 접종률을 높이려고 2차 접종분을 끌어 쓰다 일을 자초했다는 게 전문가 지적입니다.

2차 접종을 해야 할 사람은 밀려 있고, 남은 물량은 얼마 안 되고, 추가 도입은 2~3주 뒤여서, 당장 1차 접종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러니 백신을 선점한 나라들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부아가 끓는다는 분이 많습니다. 마스크를 내던지고, 백신 여권을 발급하고, 관광객을 받을 준비를 하는 나라가 늘고 있습니다.

미국 지방정부들은 접종자에게 백 달러, 접종자를 데려오는 사람에게 50달러를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대통령은 "백신 문제를 정치화해 불안감을 부추기지 말라"고 했습니다. 홍남기 부총리는 백신문제를 따져묻는 야당 의원 질의를 "잘못된 뉴스" 라고 맞받아쳤습니다.

하지만 방역문제의 본질이 정치적 공방에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실책과 착오가 있으면 있는 대로 사과하고 이해와 협조부터 구하는 게 순서입니다. 지칠 대로 지친 국민에게 "잘하고 있으니 잠자코 기다리라"는 식이어서는 예의가 아닙니다.

"K방역은 시효가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더이상 국민을 바보취급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건 다 몰라도 백신 문제만큼은 정부가 잘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건 어떨런지요?

요즘 말로 쿨하게 말입니다. 그래야 지금부터라도 길이 보일 겁니다. 물론 국민들도 그 길을 찾는데 기꺼이 동참할 거고요.

5월 3일 앵커의 시선은 '국민에 대한 예의'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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