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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구름 위의 산책

등록 2021.05.10 21:51 / 수정 2021.05.10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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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농장을 무대로 한 영화 '구름 속의 산책' 입니다. 스페인어로 구름을 뜻하는 농장 이름처럼, 꿈꾸듯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였지요.

'구름 위의 산책'이나 '9번 구름 위'도 붕 뜬 기분을 가리킵니다. 아홉 단계 구름 중에 가장 높은, 적란운에 앉은 것처럼 말이지요. '머리가 구름 속에 있다'는 표현 역시 '현실을 제대로 못 보고 뜬구름 잡는다'는 뜻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하루 앞두고 탁현민 의전비서관이 지난 4년을 논평했습니다. "정치를 현재로만 평가하는 건 위험하다" 즉 지금 비난받을지 모르지만 나중에는 큰 업적이 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관해난수, 바다를 본 사람은 물을 함부로 말하지 않는다는 맹자의 말씀에 "4년을 했더니 남은 1년은 더 어렵다"는 사족을 달았습니다. '최고 경지에 오른 사람은 이것저것 평가를 삼간다'는 뜻이지요.

"지난 4년, 정의 평등 공정이 탁 비서관의 소품으로 전락했다"는 총리 청문회 증언에 대한 반박인 듯합니다만, 일개 비서관이 지난 4년, 남은 1년 운운하는 것 체가 듣기에 매우 거북합니다.

문 대통령은 오늘 기자회견에서 "지난 4년 우리는 희망을 보았고, 보란 듯 해냈다"고 했습니다. "K방역이 세계의 표준이 됐으며 세계가 우리 경제에 주목하고 있다"고 자평했습니다. "백신 도입과 접종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고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장관 후보자 도덕성 논란과 관련해서는 "야당이 반대한다고 검증 실패는 아니다. 흠결만 따지는 무안 주기 청문회로는 인재를 발탁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듯 대통령의 4년 평가는 두루두루 잘 차려진 자화자찬의 성찬이었습니다. 민심을 아래로 내려다보며 혼자서만 즐기는 '구름 위의 산책'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마지막 비서실장에 취임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참여정부에 하산은 없습니다. 끝없이 위를 향해 오르다 임기 마지막 날 멈춰선 정상이 우리가 갈 길입니다" 그리고 오늘은 "마무리를 생각하지 않고 당당하게 나아가겠다"고 했습니다.

대통령 연설을 들으며 방탄소년단의 '슬기로운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영원한 건 없습니다. 추락보다는 안전하게 착륙하며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내리막길에서는 작은 돌부리에 걸려도 크게 다칠 수 있습니다.

눈과 귀를 활짝 열어 위보다 아래를 살피며, 바른 길을 찾아 하산하는 지혜가 필요할 때입니다. 대통령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는 건, 국민의 불행을 뜻하기 때문이죠.

5월 10일 앵커의 시선은 '구름 위의 산책'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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