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베너지 교수가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했다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주장에,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알면서 치는 사기인가, 책은 읽어보셨나"라고 비판했다.

■ 노벨상 수상자 권위에 빗대 유승민 비판

이 지사는 4일 페이스북에 '같은 경제학자라는데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와 다선 국회의원 중 누구를 믿을까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201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배너지 미국 MIT 교수가 저서에서 "새로운 경제정책으로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 지사가 언급한 '다선 국회의원'은 유승민 전 의원을 지칭한 말이다.

이 지사는 유 전 의원의 공정소득을 겨냥해 "가난한 사람에게 몰아주자는 말로, 도덕적으로 그럴듯해 보이지만 자선사업 아닌 세금으로 시행해야 하는 현실정책으로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유 의원이 '지속불가능한 차별소득'을 주장한다고 했다.

그는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베너지 교수와 사기성 포퓰리즘이라는 유 전 의원 모두 경제학자라는데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까"라며 "베너지 교수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세계적 석학이고, 유 전 의원님은 뭘 하셨는지는 몰라도 아주 오래 국민의 선택을 받으신 다선 중진 국회의원이심을 판단에 참고하겠다"고 했다.

■ 경제학 박사 윤희숙의 '팩트체크'…"책은 읽어 보셨나"

이를 두고 경제학 전공인 윤희숙 의원은 '이재명 지사님, 알면서 치는 사기입니까? 책은 읽어 보셨나요? 아전인수도 정도껏 하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노벨상 권위에 기대 논쟁 상대방을 깎아내린다. 어처구니가 없다"고 반박했다.

윤 의원은 "개발경제학자 베너지-뒤플로 교수는 선진국의 기본소득에 대해 이 지사와 정반대 입장"이라며 "이것을 뒤집어 본인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꾸며대는 정치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잘 번역된 저서가 서점마다 깔려 있어 금방 확인 가능한 문제에 대해 이 정도 거짓을 내놓을 정도면 확인하기 쉽지 않은 다른 문제들은 오죽할까"라고 이 지사를 비판했다.

이어 베너지-두플로 교수의 책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의 한 구절을 소개하며 "저자들의 글을 직접 보고 판단해보라"고 전했다.

윤 의원이 인용한 구절에서 베너지 교수는 "부유한 나라와 달리 가난한 나라는 보편기본소득이 유용할 수 있다"면서도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보편기본소득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일자리를 만들고 지키는 것, 근로자의 이동을 돕는 것이 핵심"이라
고 했다.

윤 의원은 컬럼비아대 경제학 박사로 KDI 교수를 지냈고, 이 지사가 '뭘 하셨는지는 몰라도'라고 언급한 유승민 전 의원도 위스콘신대학교 경제학 박사로 KDI 연구원을 지냈다. 이 지사는 법학 전공이다.

■ 野 "엉터리 참모 퇴출 될 듯"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도 이 지사를 향해 "논쟁을 하기보다 노벨상이라는 권위의 우상에 복종하라는 그 싸구려 태도도, 사대주의에 절은 마인드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제일 한심한 것은 원본 혹은 그 번역본을 읽어보고 저런 소리를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엉뚱하게 인용하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른다. 왜? 책을 안 읽었으니까"라고 지적하며 "이걸 물어다 준 참모니 경제학자니도 3류일게 뻔하다"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재명 지사가 우리나라를 졸지에 가난한 개발도상국가로 전락시켰다"며 "지식 사기꾼 잡는데는 윤희숙 의원이 최고"라고 윤 의원의 글을 공유했다.

박수영 의원도 "어디서 귀동냥한 얄팍한 경제이론을 엉터리로 인용하다 최고의 경제학자에게 걸려 창피를 당한다"면서 "엉터리 정보를 주입한 참모는 퇴출될 것 같다"는 글을 남겼다. / 홍연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