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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취재후 Talk] 구태 벗자고 탄생한 기관인데…공수처, '아픈 기사'에 첫 수사권 발동?

등록 2021.06.07 16:18 / 수정 2021.06.0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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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10여년 전 국책사업 비판기사가 나간 뒤 벌어진 일이다. 사업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내부 검토 결과에도 정부가 쉬쉬하고 있다는 고발성 보도였다. 대통령 공약이던 해당 사업에 막 시동을 걸려던 청와대 입장에선 '아픈 기사'라 파장이 컸다.

큰 돈 드는 사업이니 경제성을 잘 따져 방향을 잘 잡으라는 취지였지만, 이후 상황은 엉뚱하게 전개됐다.


●사정기관 관계자 "취재원 알려달라" 읍소


주무부처는 곧바로 오보라며 보도자료까지 냈다. 기사 속 표현 하나를 트집잡아 "해당 부분은 사실이 아니다"며 발뺌했다. 그러면서도 뒤로는 해당 문건을 누가 유출했는지 찾아내려 혈안이 됐다.

관가에서 "문건 관련부서와 보고라인을 들들 볶는다"는 얘기가 들려온 지 1주일쯤 지났을까. 한 사정기관 관계자가 갑자기 저녁을 먹자며 찾아왔다. 정보수집 담당자라는 그와는 초면이었다.

정부과천청사 인근 식당 골방에 마주 앉은 그는 웃으며 소주잔을 기울였지만,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자리가 파할 무렵 그는 "그 문건, 누가 줬는지 알려줄 수 없나. 보고를 해야 돼 그렇다"고 사정했다. 대답없이 5초 가량 그를 쏘아보다 '오죽 급했음 저럴까'라는 생각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떴다.


●공수처, '아픈 기사'에 첫 수사권 발동?



그 때 그 사람이 불현듯 떠오른 건 공수처 때문이었다. 공직자 감찰로는 문건 유출자 색출이 어렵게 되자, 기자를 찾아 읍소라도 했던 당시 하위직 사정기관 관계자가 지금의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보다 차라리 솔직하고 적법(?)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4월6일 오전 9시55분 공수처 수사관 2명은 정부과천청사 인근 건물 CCTV관리실을 찾았다. TV조선이 지난 3월 공수처장 관용차로 당시 피의자였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에스코트 조사'하는 장면을 보도한 지 닷새 만이었다.

해당 건물 관계자는 "공수처 수사관들이 TV조선 기자가 방문한 시점과 동행자를 물었고, 인상착의와 옷차림까지 캐물었다"고 했다.


●취재기자 알고 갔는데 '신원미상'?…위법 소지 인식한 듯


공수처는 CCTV 영상 출처인 민간 소유 건물을 찾아가 기자 방문 당시 취재경위를 파악하고서도, 첩보 확인 차원이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공수처는 "수사기관만 보유하고 있어야 할 수사자료인 CCTV 영상이 부당한 경로로 유출되었다는 첩보 확인을 위해서였다"고 했다.

이어 "해당 CCTV의 관리자를 대상으로 탐문 등 사실 확인 절차를 진행한 사실이 있으며, 당시 신원미상의 여성이 위법한 방식으로 관련 동영상을 확보하였다는 사건관계인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는 "기자는 당연히 공수처 수사대상이 아니므로 기자를 상대로 먼저 조사해서 취재원을 역추적하는 방식은 말이 안된다"며 공수처의 수사권 발동에 대해 아래와 같이 일갈했다,

"공수처가 오보라고 주장하려면 먼저 CCTV 영상자료를 공수처 또는 다른 수사기관이 확보하고 있었다는 점, 그 자료를 공수처 수사대상인 고위공직자가 유출했다는 첩보가 있어 이를 확인하는 절차로 진행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공수처의 불법수사 내지 불법 내사다." / 정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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