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피아니스트 데이빗 헬프갓이 즐겨 연주했던 '왕벌의 비행' 입니다. 웽웽거리는 벌의 날갯짓을 숨가쁜 32분 음표로 구현해냈지요.
그렇듯 벌은 하루에 꽃 천 송이를 찾아다니며 30km를 비행해 1그램의 꿀을 얻습니다. 시인은 아내와 살면서 '사랑 1그램'을 받았습니다.
"내 모든 것을 내줘도 갚을 길이 없을, 사랑 1그램을 떼어 먹으며, 오늘도 잘살고 있습니다. 그보다 크고 무거운 우주가 내게는 있지 않습니다"
하긴 DNA 1억분의 1그램으로 수십 년 전 살인범을 찾아내는 세상이니, 1그램이란 얼마나 막중한 무게인가요.
"거기(골프)에 들어간 돈은 단 1센트도 세금과 무관치 않습니다"
백악관 헬기를 타고 원정 골프를 즐긴 보좌관을 해임하면서 클린턴 대통령이 했던 말입니다. 불프 독일 대통령은 은행보다 1퍼센트 낮은 이자로 친구에게서 돈을 빌렸다가 사퇴했습니다. 공과 사란 그렇게나 엄중합니다.
"단 1그램이라도 관용을 베풀 여지가…"
"진실을 결코 단 1그램도 감춰서는…"
박범계 장관이 이번에 단행한 검찰 고위직 인사를 두고 또 1그램을 말했습니다.
"사적인 것은 단 1그램도 고려되지 않았다는"
박 장관은 수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형사피고인이자 대통령의 대학 후배를 승진시켰습니다. 후임에는 윤석열 총장 징계에 관여한, 자신의 고등학교 후배를 앉혔습니다. 권력형 사건을 담당하는 지검장들에는 친정부 성향으로 꼽히는 간부들이 기용됐습니다.
반면 윤 총장 징계에 반대했던 간부들은 한직인 연수원으로 보냈습니다. 그래놓고 "공과 사가 분명히 구분된 인사" 라고 했습니다.
정 그러시다면 박 장관이 생각하는 공과 사의 기준이 보통의 상식을 가진 사람들과는 다른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인사가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이중 삼중으로 봉쇄하는 '방탄 보은 인사의 완결판'이라는 얘기는 그저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는 뜻인가요?
박 장관이 "문재인 정부는 단 1그램의 하자도 있으면 안 된다"고 했던 말도 다시 한번 떠올립니다. 그 완전무결에 대한 자신감을 요즘 말로 '뇌피셜' 이라고 하지요.
김오수 검찰총장은 탕평인사를 건의했다지만,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단 1그램 하자까지 막는 데 들러리를 선 것이나 다름없게 됐습니다. 그러더니 오늘 검찰 조직개편안에 반대하고 나섰고, 박 장관은 놀란 듯 하면서도 "검찰이 할 수 있는 얘기"라며 여유를 보였습니다.
"(대검 반대 입장이) 상당히 세더구만요"
하긴, 이렇게까지 검찰 인사를 해놨으니 조직개편안은 생색만 내고 다 안 밀어붙여도 되겠다 싶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6월 8일 앵커의 시선은 '마지막 1그램까지 방탄' 이었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