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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그게 말이 됩니까

  • 등록: 2021.06.10 21:49

  • 수정: 2021.06.10 21:55

고 박종철군이 경찰 물고문으로 숨진 뒤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을 그린 영화 '1987' 입니다. 3년 전 경찰청 간부 2백여 명이 이 영화를 단체로 관람했습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4진행되던 때여서 "부끄러운 과거를 반성하고 개혁의지를 다지자"는 자리였지요. 객석에서 무겁게 침묵하던 경찰관들은 이 장면에서 실소와 탄식을 터뜨렸습니다.

"그 조사관이 책상을… 책상을…" "조사관이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쓰러졌답니다"

당시 경찰은 자체 조사를 자청해 경위와 경사 계급의 말단 두 명만 고문에 가담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결국 검찰이 재수사에 나서, 고문을 주도한 대공수사처장과 축소 은폐한 치안본부장을 법정에 세웠습니다. 총대를 멨던 두 경찰관에게는 거액의 돈을 건넨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사건 무마와 꼬리 자르기의 결정판이었던 겁니다.

"지금 그게 말이 됩니까" 

그때 경찰의 첫 발표장에서 기자들 표정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경찰 발표가 나왔습니다.

"(보고라인의) 모든 대상자는 외압 청탁 영 향행사에 대해 그런 사실 없음을 진술했습니다" 

이용구 전 차관 폭행사건을 자체 조사한 지 넉 달 만에 나온 결론이 이렇습니다. 담당 경찰 혼자서 사건을 축소해 덮었다는 거지요. 서장을 비롯한 관할서 간부들은 이 전 차관이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된다는 사실을 알고도 경찰청 훈령까지 어기며 보고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경사 계급의 일선 수사관이 특수직무유기라는 무거운 법적 처벌위험까지 감수하며 혼자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데 고개가 끄덕여지신다는 분은 또 얼마나 될까요? 때마침, 이 전 차관이 사건 직후 당시 추미애 법무장관 보좌관과 수차례 통화한 정황이 알려졌습니다.

이건 또 무슨 뜻일까요? 청와대는 어디까지 알고 이 전 차관을 법무차관에 내정했던 걸까요? 아직 진실은 다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경찰 수사 발표가 너무 많은 의문을 남겼다는 건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일개 차관 인사 하나를 두고 웬 호들갑이냐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무마란 한자말은 만질 무(撫) 문지를 마(摩)를 씁니다, 일을 적당히 주물러서 어물어물 덮어버린다'는 뜻이지요. 시중의 속된 말로 마사지를 한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마사지를 해도 엔간히 모양은 갖췄어야죠. 말단 한 명에게 모든 책임을 지운 경찰을 보며, 3년 전 단체 영화관람은 왜 했는지 다시 고개가 갸웃거려집니다.

6월 10일 앵커의 시선은 '그게 말이 됩니까'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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