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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이게 뭡니까

등록 2021.06.15 22:54 / 수정 2021.06.15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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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근육질 복싱선수가 됐습니다. 타임지 '올해의 인물'에도 올랐습니다.

영화 '록키' 포스터와, 환경운동가 툰베리의 타임 표지에 얼굴을 갖다붙인, 재선캠페인 합성사진입니다.

취임식 관중이 많아 보이게 하려고 사진을 잘라내기도 했습니다.

사진 편집과 조작은 북한이 즐겨 쓰는 선전수법입니다. 해수욕객을 이리저리 붙여 인파를 부풀리고, 빵공장 진열대와 농장 염소도 복사 붙이기를 했습니다.

AP를 통해 전송한 대동강 수해 사진은 포토샵 조작이 발견돼 AP가 취소하기도 했지요. 국제사회 지원을 얻으려고 수해를 과장했던 겁니다.

소련군 88여단 시절 사진에서 김일성은, 나이와 서열이 낮아 맨 왼쪽에 섰습니다.

그걸 반듯한 모습으로 바꾸더니, 가운데로 옮겨 주인공으로 만들었습니다. 전형적인 우상화 사진 조작입니다.

정부가 공식 SNS에 올린 G세븐 정상회의 사진에서 남아공 대통령을 잘라내는 결례를 저질렀습니다.

누가 봐도 문재인 대통령이 정중앙에 더 가깝게, 돋보이게 하는 편집입니다.

외진 데 선 스가 총리가 개인 SNS에 이렇게 잘라낸 사진을 올린 것도 같은 의도였겠지요.

정부는 국제회의 개막영상에 평양 능라도를 올렸을 때처럼 "직원 실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낯뜨거운 건 "이 자리 이 모습이 감격스럽다"는 자화자찬입니다.

박수현 소통수석도 사진을 올려 "문 대통령의 자리가 대한민국의 오늘" 이라고 했습니다. 대통령이 맨 앞줄 존슨 총리 옆에 서서, 바이든이나 메르켈보다 대접받은 듯 보이긴 합니다만 과연 그럴까요. 

정상회의 사진은 엄격한 관례를 따릅니다. 물론 앞줄일수록 중앙일수록 서열이 높습니다.

앞줄 중앙에 개최국 정상이 서고 다음이 국가수반 대통령, 정부수반 총리, 국제기구 대표 순입니다. 같은 대통령, 총리 중에선 오래 집권한 순서대로 섭니다.

문 대통령 사진도, 앞서 찍은 G7 사진도 원칙을 충실히 따랐습니다. 문 대통령이 취임 두 달이 안 돼 참석했던 G20 사진에서 앞줄 국가수반 맨 끝에 선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게 전혀 특별하지 않은 사진을 내세워 "사진 한 장으로 보는 대한민국의 위상"이라니 어이가 없습니다. 국제회의 사진찍는 의전 서열을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고도 거짓말했다면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 없게 됐습니다.

혹세무민이 따로있는 게 아닙니다. 다른 나라 정상들이 이 유치한 호들갑을 보면 뭐라 하겠습니까.

국격과 국가의 위상은 사진 찍히는 위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마음속에서 있다는 사실을 왜 모를까요?

걸핏하면 포장과 홍보에 매달려 국민 눈을 가리려는 병이 깊고도 깊습니다.

6월 15일 앵커의 시선은 '이게 뭡니까'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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