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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이게 자랑할 일 맞습니까

등록 2021.06.21 21:49 / 수정 2021.06.21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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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그린 대작 영화입니다. 헨리 폰다가 쉰일곱 살 미군 준장 테드 2세를 연기합니다.

테드 루스벨트 대통령의 용맹한 큰아들 테드 2세는 연합군 상륙 1진에서 유일한 장성이었고 결국 전선에서 숨졌습니다.

1차대전에서 돌아온 그가 뉴욕주 의원에 출마하면서 선언했습니다. "나는 링 위에 모자를 던졌다"

그러자 양복점 주인이었던 경쟁자가 맞받았습니다. "나도 링 위에 모자를 던졌다. 하지만 내 모자는 아버지 것이 아니다"

성공해도, 실패해도 대통령의 아들은 구설에 오르기 마련입니다.

링컨의 아들은 하버드 입시를 열여섯 번 치른 끝에 합격했습니다. 레이건의 아들은 명문 발레단에 들어가고도 비웃음을 면치 못했습니다.

극단적 선택과 알코올중독으로 생을 마감하는가 하면, 남북전쟁 명장, 대기업 경영인, 역사학자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무거운 짐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였겠지만 결국 운명은 스스로 하기 나름에 달렸던 겁니다. 

미디어아트 작가인,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가 문화체육부 문화예술위로부터 6천9백만원을 지원받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의 예술인 긴급지원 천4백만원과 파라다이스문화재단 3천만원까지 합쳐 1년 남짓 사이 받은 지원금이 1억원을 넘습니다.

그가 받을 6천9백만원은 일흔아홉 건 중 열다섯 건이 비슷하게 받는,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는 "대단한 영예이고, 이런 실적으로 제 직업은 평가받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축하 받아야 할 일이고 자랑해도 될 일이지만 혹 그렇지 않게 여기실 분이 있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평가란 주관적인 것이어서 100% 반박하긴 어렵습니다만 그래도 입맛이 쓰디 쓴 건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걸작 '세한도'를 더욱 빛내는 것이 두루마리처럼 10미터 넘게 붙은 글입니다. 오세창 정인보 이시영과 청나라 명사들이 찬미하고 칭송한 '찬'입니다.

그 '찬'에서 나온 말이 자화자찬이지요. 그러나 어쩌다 자찬이 붙은 작품을 만나면 민망해서 피식 웃음부터 나오기 마련입니다.

문씨는 서울시가 지원한 전시회 때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직설적 해명과 반박으로 맞받아 논란을 키웠습니다.

"내 작품은 대통령 아들이 아니더라도 인정받고 있다" "착각하는 것 같은데" "걱정 마시라"고 했지요.

자랑하고 싶어도 삼가는 것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덕목입니다. 벌써 1년도 넘은 긴 코로나의 터널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벼랑 끝에 몰려 있습니다.

자신의 예술이 아무리 위대해도 이 상황에 지원금 받은 걸 내세워 자화자찬할 일은 아닌 듯 합니다.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지나가시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

대통령의 아들도 존중받아야 할 삶이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한마디는 하겠습니다. 이건 아니지요.

6월 21일 앵커의 시선은 '이게 자랑할 일 맞습니까'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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