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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취재후 Talk] 美 성김 대표가 '윤석열 외교자문'을 만난 이유는

등록 2021.06.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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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연합뉴스)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2차관(조선일보DB)

한국을 방문중인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차기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외교안보 자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2차관(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을 만난 사실이 22일 TV조선 취재 결과 확인됐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주한미대사관저에서 진행된 비공개 간담회에서 김 전 차관을 비롯해 위성락 전 주러대사,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이상현 세종연구소장,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등 연구자 6명을 만나 한미관계와 대북정책 등을 토론했다. 미국 측에선 로버트 랩슨 주한 미국대사대리와 정 박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부대표 등이 참석했다.

물론 미국 측이 정치선언 초읽기에 들어간 윤 전 총장을 의식해 김 전 차관을 불렀다고 할 순 없지만, 한국계 미국인으로 주한대사까지 역임한 김 대표가 두 사람 사이를 전혀 모른 채 초청하진 않았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한국명 '김성용(Sung Yong Kim)'을 그대로 사용해온 김 대표가 주한대사로 근무하던 시절 외교통상부에 김성환 장관과 김성한 2차관이 있어 미국 외교관들 사이에 '한미 양국에 성 김이 판을 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고 한다. 이번 간담회에서 마주한 김 전 차관과 김 대표도 상당한 친분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1시간 넘게 진행된 간담회에서 김 대표는 의견을 듣고 질문에 답하는 방식을 취했는데, 참석자 대부분이 비교적 중도·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만큼 미국이 현 정부 측 인사들과는 별도로 중도·보수층의 인식을 청취하려 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 전 차관은 "미국은 미북대화에, 한국 정부는 남북대화에 초점을 맞춘 상황"이라며 "평소와 달리 현재와 같은 민감한 시점엔 한미 사이 조율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의 관측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미국과 한국 중 어느 쪽에 먼저 손을 내밀지를 놓고, 대선 시간표가 얼마 남지 않은 한국 정부가 움직임을 서두를 경우 북한이 이러한 상황을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셈이다.

국내 정치와 연결돼있는 사안인 만큼 김 대표가 그에 대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김 교수는 "한미 양국이 우선순위와 차이점을 잘 조정해야 북한에 이용당하지 않을 것"이란 조언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총장에 대한 언급도 전혀 없었지만, 간담회 전후로 한국 측 참석자 일부가 김 전 차관에게 윤 전 총장에 대한 질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21일 서울에서 진행된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에 앞서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조선일보DB·사진공동취재단


TV조선 취재 결과 김 대표는 대체로 "대북제재는 계속 유지돼야 한다"며 "대북 인센티브를 제공할 생각은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보인 것으로 참석자들은 전했다.

북핵 문제를 대화로 풀기 위한 의지는 갖고 있지만, 북한에 특별한 대화 유인책은 제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특히 이날 간담회 직전 북한에서 발표된 '김여정 담화'에 대해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모호한 입장보다는 북한이 보다 명확한 답변을 하길 기대한다'는 식의 분위기를 내비쳤다고 한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우리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이번에 천명한 대미입장을 '흥미있는 신호'로 간주하고 있다고 발언했다는 보도를 들었다"며 "조선(한국) 속담에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은 아마도 스스로를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을 하고 있는것 같다"며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북 양측이 사실상 '핑퐁 게임'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김 대표가 '아주 네거티브한 반응은 아니었다'는 참석자들의 전언도 있었다.

또 일부 참석자들은 한미정상회담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공동성명 등에서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등 표현을 번갈아가며 사용한 것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지난 주말 한국에 입국한 김 대표는 21일 한미·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에 잇따라 참석해 "미국도 (대화와 대결) 둘 다 각각 준비할 것"이라면서 "회담에 대한 북한의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며 '조건 없는 대화'를 강조한 바 있다.

또 22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의 만남에선 '지금은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위해 매우 중요한 정세의 분수령'이란 이 장관의 발언에 호응해 "지금이 한국과 미국 모두에 중요한 시점이라는 데 동의한다"며 "우리의 대화 제안에 북한이 긍정적으로 답변해오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같은날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선 남북 간 의미있는 대화·관여·협력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를 재확인하며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틀에 걸쳐 한국 주요 정부인사들과 협의를 진행한 김 대표가 사실상 마지막 공식일정을 중도·보수 성향의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듣는 자리로 마무리하면서, 이번 방한 결과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어떤 변화를 줄지 주목된다. / 김정우 기자, 권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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