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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회식을 어찌하오리까

등록 2021.06.23 21:50 / 수정 2021.06.23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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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에 회식이다. 전원 참석이야!"

정리해고를 당한 주인공이 송별 회식에 끌려갑니다. 자기만 빼고, 다들 술에 취해 춤추고 노래합니다. 급기야 "퇴직금 받을 테니 한턱 쏘라"고 합니다. "이거 니가 쏴라!" "쏴라! 쏴라!"

워싱턴포스트 기자로 일하다 서울에서 3년 동안 기업 홍보담당 임원으로 근무했던 프랭크 에이렌스씨.

취업 면접 때 "술 드시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맥주를 두어 잔 마신다"고 하자 한 임원이 혀를 찼습니다. 왜 그러는지는 출근 첫 금요일 저녁, 환영회식에서 알았습니다.

그는 미국식 파티를 생각하고 아내와 함께 갔다가 기겁했습니다. 불판 가득 고기가 지글거리고 폭탄주가 돌면서 아내까지 한 잔 비워야 했습니다.

사무실에서는 조용하던 사람들이 요란한 술자리를 두 시간이나 벌였습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술이 나오는 노래방으로 부부가 끌려갔고, 3차까지 갈 기세여서 애원했습니다. 집으로 보내 달라고.

코로나는 모든 것을 바꿔 놓았고, 그래서 다들 일상의 회복을 갈망합니다. 그런데 코로나가 가라앉더라도 계속 유지되면 좋겠다는 것도 적지 않습니다. 직장인들은 재택근무 정착과 아프면 집에서 쉬기, 결혼식-돌잔치 간소화를 꼽았습니다.

당장 다음 달부터 사적 모임과 영업시간 제한이 완화 또는 해제됩니다만, 지금처럼 회식을 삼가고 꺼리는 문화를 바란다는 응답이 특히 눈길을 끕니다.

2030은 절반 가깝게 원한 반면, 4050은 셋 중 하나에 그쳐, 앞장서는 윗사람과 끌려가는 아랫사람이 대비됩니다. 이 시처럼 말이지요.

"배추 겉잎 같은 어른들 회식 간다. 줄줄줄 회식 간다. 비실비실 허깨비들, 줄줄줄 숨죽으러 간다. 찌들러 간다…"

다만 '늦은 시간까지 음주가무 즐기기를 자제하자'는 응답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우리네 유별난 회식문화는 단합과 소통을 내세웁니다만, 술 권하고 강요하는 회식은 도리어 단절과 고통을 부추길 뿐입니다.

시선 이백이 읊었습니다. "취했으니 자려네, 자넨 가게나…" 술친구를 순순히 놓아 보내는 건 사실 주선 이백이나 오를 경지입니다.

세속의 술꾼들은 어지간히 마시고도 자리 파하기가 쉽지 않지요. 하지만 뿌리를 뽑고 마는 술 문화, 회식문화, 이제는 이별할 때입니다.

6월 23일 앵커의 시선은 '회식을 어찌하오리까'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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