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젊은층에서 한국식 말투를 쓰거나 결혼식, 결혼 촬영을 하는 등의 한국식 문화가 퍼지는 것을 강력하게 단속하겠다는 영상을 제작해 공안기관 관계자들을 상대로 교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국가정보원이 지난 8일 열린 국회정보위에서 "김정은이 당 전원회의에서 보다 공세적으로 사회주의 수호전을 진행할 것을 주문하고, 청년들의 옷차림이나 남한식 말투, 언행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북한은 남편에 대한 호칭을 '오빠'라고 부르는 것을 남한식 표현으로 규정하고 남자친구의 줄임말인 '남친'도 '남동무'로 쓰고, '쪽팔린다'는 표현은 '창피하다'로 써야 한다고 교육하고 있다. 앞서 길거리에서 연인 간에 포옹을 하는 등의 애정표현도 금지하는 영상물도 제작됐고, 이런 행위와 말투, 옷차림을 '혁명의 원수'로 규정해 제재하고 있다
‘월간조선’은 12일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로부터 한국식 결혼 촬영을 하다 발각된 신혼 부부를 처벌하는 내용이 담긴 19분 40초짜리 영상을 입수했다. 이 영상은 ‘조선중앙통신사 콤퓨터강연선전처’에서 제작했다. 도 대표에 따르면 영상은 국가보위성, 사회안전성, 검찰소 등 권력기관 관계자들을 교육하기 위한 것이다.
‘월간조선’은 “혁명조직이 움직이는 조짐이 보이고, 외신들도 한국 문화가 북한에 유입된다고 보도를 하니 깜짝 놀란 김정은이 단속을 위해 영상을 제작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도 대표가 입수한 영상은 “우리 인민의 고상한 미풍량속과 사회주의생활양식에 배치되는 이색적인 결혹식록화편집물제작행위들을 철저히 배격하자”는 말로 시작한다.
곧이어 김정은이 “제국주의의 사상문화적 침투책동을 짓뿌시고 우리의 사회주의 문화와 생활양식을 철저히 고수하여야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영상에서 북한 당국은 남한식 야외 웨딩촬영을 “‘얼빠진 괴뢰 말투와 서체를 쓰는 자체가 명백히 썩어 빠진 부르주아 생활양식과 풍습’이라고 규정한 뒤 “사회주의 사상적 기초를 허물어 버리려는 괴뢰들의 책동이다. 적들의 침투 책동을 단호히 짓뭉개 버리겠다”고 비난했다
영상은 한국식 결혼식 촬영을 하다 적발된 한 신혼부부를 예로 들며 “이 부부와 같은 영상물을 제작하는 젊은이들은 썩어 빠진 자본주의 사상문화를 끌어들인 혁명의 원수이자, 무자비하게 짓뭉개 버릴 박멸 대상”이라며 “추격전, 수색전, 소탕전을 맹렬히 벌여 밑뿌리째까지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고 했다.
또 “우리 사회를 좀먹는 불건전하고 이색적인 행위를 하는 자들은 감히 얼굴을 들고 다닐 수도, 배겨낼 수도 없게 만들어야 한다”며 “이들은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반당, 반국가적 범죄자”라고 했다.
영상은 “웨딩 사진을 찍는 사진사, 영상 촬영자, 영상 편집자들은 물론, 이 부부의 가족들도 책임이 있다”며 “우리의 법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고, 무엇을 지키는가를 똑똑히 보여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상 뒷부분에는 남한의 결혼 문화를 따라 할 경우 ‘짓뭉개 버리겠다’는 말이 그냥 ‘경고’가 아니란 것을 보여주기 위해 실제 이 혐의로 재판을 받는 모습을 담았다. 재판장에는 다수의 남녀가 죽을죄를 진 것 마냥 고개를 숙이고 있다.
영상은 북한의 결혼을 앞둔 남녀가 이런 영상을 찍어 유포할 수 없게 앞으로는 당에서 허락한 곳에서만 촬영하게 하겠다고 했다. (영상제공=피랍인권탈북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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