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정치

[취재후 Talk] '제왕적 대표' 비판 받는 이준석…'결정'에서 '검토'로 뒤바뀐 그의 말

등록 2021.07.13 15:57

  •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2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찬 회동을 가졌다. 회동이 끝난 뒤 양당 대변인이 회동 내용에 대해 브리핑을 했고, '양당 대표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했다'는 속보가 나왔다. 그러자 '선별지급'을 당론으로 유지해온 국민의힘 내부에서 반발이 쏟아졌다.

▷"당의 철학까지 마음대로 뒤집는 제왕이 되려 하느냐"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황당한 일. 우리 당의 기존 입장은 (전국민 재난지원금) 반대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

당내 반발이 커지자, 이 대표는 SNS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방역수칙에 따라 배석자 없이 진행된 회동이라 합의내용이 충분히 설명되지 못했다"며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했던 것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자 이번엔 민주당에서 "왜 말을 바꾸느냐"고 반발했다.

▷"말 바꾸기 행태의 또 하나의 모습. 경홀하고 가벼운 언행" - 강병원 민주당 최고위원

▷"이준석 대표는 100분 만에 말을 뒤집는 '100분 대표'가 되려는 것인가"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

'30대 0선 당대표'로 전 국민적 관심속에 당선됐던 이 대표가 당 안팎의 공격을 동시에 받으며 '리더십 한계' 지적까지 받고 있다. 지난 12일 밤, 양당 대표 회동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연합뉴스

■ 송-이 만찬 이후엔 '결정'이라고 발표

두 사람은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회동을 가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지침에 따라, 대변인 등 배석자 없이 두 사람만 만찬 자리를 가졌다.

식사는 75분간 이어졌다. 이 대표에 따르면, 이 대표는 먼저 송 대표에게 '소상공인 지원을 현재 민주당과 정부안인 3.9조원보다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1.2조원 정도로 책정돼 있는 캐시백을 삭감하겠다'며 소상공인 지원을 늘리는 부분에 화답했다.

이후 송 대표가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선별에 행정 비용 문제가 있으니, 80%가 아니라 전국민 재난지원금으로 가면 어떻겠느냐'고 묻자, 이 대표는 "방식 문제라면 80%나 100%나 차이가 크지 않다고 본다. 검토해볼 수 있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대화를 받아들이는 두 사람의 해석 차이가 있었다. 이 대표는 소상공인 지원을 두텁게 하자는 A안이 합의되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라는 B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취지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송 대표는 A안과 B안이 함께 합의 됐다고 이해했다.

더 큰 문제는 회동이 끝난 뒤 마련된 양당 대변인 브리핑에서 나타났다. 두 대변인은 당일 회동에 배석하지 못했다. 옆방에서 스피커폰으로 양당 대표가 불러준 합의사항을 받아적었고, 이를 기자들에게 발표했다.

7가지 합의 사항 중 '소상공인 지원 상향 및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는 부분은 국민의힘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이 직접 읽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결정하고(후략)"라고 했다. '결정'이란 표현이 쓰인 것이다.

기존 당론과 다른 합의사항이 나온 것에 대한 기자들 질문이 이어지자, 황보 대변인은 "80% 지급이냐 이런 걸로 민주당 내에서 의견이 분분하지 않았나.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는 걸 오늘 '합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고용진 대변인 역시 "아마 당내 논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며 "우선 전국민에게 지급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지 않느냐는데 공감대를 이룬 것 같고, 지급 시기는 방역 상황과 어긋날 수 있기 때문에 방역이 좀 안정이 될 때 하신다는 말씀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양당 대변인은 '각 당에서 협의를 통해 구체화돼야 한다'고 전제를 달았지만. 브리핑 내용만 놓고 보면, 양당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했다.

■ '결정'이 '검토'로 바뀌는데 걸린 시간. 단 100분.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합의'라는 속보가 나오자 국민의힘 공지가 뒤따랐다. 황보 대변인은 당일 밤 9시 44분께 문자메시지를 통해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손실을 입으신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대상과 보상범위를 넓히고 두텁게 충분히 지원하는 데 우선적으로 추경재원을 활용하자는 것"이라며 "그 후 만약 남는 재원이 있을 시에 재난지원금 지급대상범위를 전국민으로 확대하는 것까지 포함해 방역상황을 고려해 필요여부를 검토하자는 취지로 합의한 것"이라고 다시 브리핑했다.

100분만에 전국민 재난지원금 '결정'이란 표현이 '검토'로 바뀐 것이다. 이 대표도 오늘 기자들의 문의가 많다며 '백브리핑'을 자처해 "80%나 100%의 차이 별로 없다고 본다.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했다.

이 대표가 대변인과의 '미스커뮤니케이션'을 탓하며 해명에 나섰지만, 이 대표의 '소통 부족'에 대한 당내 지적은 이어지고 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은 당내에서 특히 민감한 사안이었는데, 원내 합의 없이 대표가 독단적으로 결정하려 했다는 비판이다.

■ 이준석의 해명에도 커지는 당내 비판

윤희숙 의원은 이날 다시 페이스북에 "당대표의 사후적인 변명이 내세우는 것처럼 추경 액수를 늘렸냐는 중요하지 않다. 민주당이 4년 내내 국민을 현혹시킨 '전국민 돈뿌리기 게임'에 동조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당 대표는 매 상황마다, 매 이슈마다, 당의 구성원들과 가능한 최선의 방법으로 의사소통을 하고 집단적 의사를 형성해야 한다"며 "독단적 스타일로 인식되면 당과 함께 하기가 어렵고 리더십이 성립되기 어렵다"고 소통문제를 지적했다.

조해진 의원의 SNS의 글에는 참고 참았던 지적을 이제야 하게 됐다는 비장함까지 보인다.

조 의원의 SNS 일부이다. "불필요한 정시발차론으로 윤석열 전총장을 압박해 윤석열을 간석열로 만들 때도 저러면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참았다. 전임 김종인 비대위원장처럼 당의 중심인 의총에 참석하지 않고, 간혹 와서도 인사말만 하고 퇴장했지만 그러면 안된다고 말하지 않았다. 통일부 폐지 등 정부조직개편 발언도 당론으로 오해받아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했지만, 그냥 넘어갔다. 그러는 사이에 이 대표가 자신의 언행에 문제가 없고 모두 자기를 지지하는 것으로 오해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야권 대선주자 중 이 대표를 옹호한 건 하태경 의원이 유일했다. 하 의원은 "여야 당대표간 실제 합의된 내용까지 왜곡하며 침소봉대해서 내부 공격을 가하는 것은 자해정치"라며 "국민의힘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이 대표가 합의한 것처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에 추경재원이 집중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쏟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