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언론은 왜 존재하는가

등록 2021.08.03 21:50 / 수정 2021.08.03 22:04

  •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레이건 대통령이 자문위원들과 함께 카메라 앞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기자들의 성가신 질문이 그치지 않자 고개를 돌려 중얼거리듯 욕설을 내뱉습니다. 욕설은 마이크에 연결된 기자실 모니터로 전해졌습니다.

기자들이 반격에 나섰습니다. 욕의 약칭 'SOB'가 찍힌 티셔츠를 입고 다녔습니다.

그러자 레이건이 'SOB' 티셔츠를 기자들에게 펴 보였습니다.

'예산을 절감하자'는 뜻풀이가 쓰여 있습니다. 기자들은 폭소를 터뜨리며 화를 풀었습니다.

부시가 유세장에서 뉴욕타임스 기자를 발견하고 체니에게 말합니다. 

"저기 메이저리그급 머저리가 왔네요"
"맞아요, 일만 저지르고 다니는 놈이지요…"

권력의 눈에 언론은, 소 등에 달라붙은 파리떼 같은 존재입니다.

"CNN은 가짜 뉴스입니다"

그런 트럼프도 언론을 통제하는 훈령이나 조치는 감히 내리지 못했습니다. 언론자유를 엄격히 보장한 헌법 때문입니다.

민주당이 언론보도에 징벌적 배상을 물리는 언론중재법을 밀어붙이면서 소관 부처 문체부의 반대를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문체부 1차관은 피해액 몇 배를 형벌처럼 내리는 배상에 대해 "지금 전례도 없다"고 했습니다.

배상액에 하한선을 두는 것도 "다른 입법 사례가 없고 너무 지나치다"고 했습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주요국에서 언론에 대한 징벌 배상을 별도로 규정한 사례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징벌 배상제 자체가 없는 한국에서 유독 언론에만 도입하겠다는 겁니다.

특히 입증책임을 언론에 지우는 조항은 손해 배상 법리의 기본을 무시한 독소조항이라는 지적이 민주당 내에서도 나왔습니다. 

민주당은 "악의적 허위 보도를 안 하면 될 것 아니냐"고 합니다. 하지만 악의적이라는 말 자체가 너무 추상적이고 권력이 그동안 얼마나 편의적으로 '악의적 보도'라는 딱지를 붙여 왔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악의적 보도이므로 강력하게 법적으로 대응할 것입니다"

그럴수록 정확한 보도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책임감을 무겁게 느낍니다.

무엇보다 권력 감시와 비판은 언론의 숙명이자 사명이며 존재 이유라는 사실을 되새깁니다. 

언론을 향해 쏟아지는 비판의 수위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초가삼간까지 태워버리겠다는 여당의 언론법에 동의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바로 민주주의를 포기하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입니다.

"비판에 대해서 감시에 대해서 재 갈을 물리려는 그런 시도는 결코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하고, 집권하게 된다면 그런 점들을 확실히 보장해 나갈 것입니다"

그런데 청와대는 언론중재법에 대해 가타부타 또 말이 없습니다. '권력을 잡으면 뇌가 바뀐다'는 신경심리학 이론을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8월 3일 앵커의 시선은 '언론은 왜 존재하는가' 였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