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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등록 2021.08.04 21:51 / 수정 2021.08.0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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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는 1초에 90번이나 제 몸을 쳐서 공중에 부동자세로 서고. 파도는 하루에 70만 번이나 제 몸을 쳐서 소리를 냅니다"

시인은 스스로 묻습니다.

"나는 하루에 몇 번이나 내 몸을 쳐 시를 쓰나"

지친 몸과 마음을 끊임없이 채찍질하는 삶…. 그 치열함이, 쓰러진 누군가를 부축해 일으켜 세우는 것이라면, 그처럼 경외스러운 삶도 드물 겁니다. 이 한 장의 사진처럼 말입니다.

손바닥이 온통 부르트고 짓무르고 너덜너덜합니다. 작년 봄 대구로 달려간 간호사의 손입니다. 독한 소독약을 뿌린 위로 장갑을 두 겹씩 끼고, 방호복 속에서 비 오듯 땀을 쏟으며 버틴 상흔입니다.

폭염 퍼붓는 검사소를 지키다 자정에야 장갑을 벗은 간호사의 손도, 땀과 소독약에 절어 퉁퉁 불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끝이 안 보이는 싸움에 지쳐, 코로나 전사들의 열정과 헌신과 희생을 잊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런 무심함을 또 한 장의 사진이 일깨우고 있습니다.

할머니가 손에 든 화투 패를 고릅니다. 마주앉은 간호사와 화투그림 맞추기에 푹 빠졌습니다. 초현실적 장면 같기도 하고, 한가한 요양병원 풍경 같기도 합니다. 분명한 건, 한여름에 방호복을 입고 앉은 간호사에겐 고역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아흔세 살 할머니는 작년 8월 삼육서울병원 코로나 음압병동에 실려왔습니다. 고열에 폐렴 기가 있고 치매까지 앓아 간호사들이 머리를 맞댔습니다.

병상에서 떨어질까 봐 바닥에 매트리스부터 깔았습니다. 꾸벅꾸벅 조는 할머니를 깨워 적적함도 덜고 기운도 차리게 하려고 고안한 것이 그림 색칠과 화투 맞추기였습니다. 가족을 볼 때마다 힘이 나는 할머니를 위해 틈나는 대로 영상통화도 시켜줬습니다. 할머니는 빠르게 회복해 보름 만에 음성 판정을 받고 병원을 나섰습니다.

사진은 다른 간호사가 유리창 너머로 찍어 올해 대한간호협회 공모전에 출품했고, 엊그제 SNS에 올라와 많은 이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호라 해도 좋을 순간입니다.

강은 자신의 물을 마시지 않고, 나무는 자신의 열매를 먹지 않으며, 꽃은 자신을 위해 향기를 퍼뜨리지 않습니다. 우리는 서로 돕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말입니다.

교황 말씀입니다.

"인생은 당신이 행복할 때 좋습니다. 더 좋은 것은 당신 덕분에 다른 사람이 행복할 때입니다"

8월 4일 앵커의 시선은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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