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당 대표와 유력 대선주자 측이 이렇게까지 신경전을 벌이는 건 우리 정당 역사를 돌아봐도 흔치 않은 일이죠. 윤석열 후보가 정권교체를 목표로 제1야당에 입당하자마자 심각한 감정싸움이 벌어지고 있는데 도대체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야당을 취재하는 홍연주 기자에게 들어보겠습니다. 홍 기자, 입당 전에 치맥회동을 할 때만해도 분위기가 좋았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겁니까?
[기자]
네. 입당이라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데서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지난달 25일 치맥 회동에서 윤 후보는 "입당 결심이 서면 미리 알려주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날짜별 저희 취재 결과 두 사람은 사흘 뒤에 다시 만났는데, 윤 후보는 8월1일에 입당을 선언하고 2일에 입당식을 하는 걸 이야기 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이 대표는 '8월 2일 전격적으로 입당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의했고, 그렇게 정리가 됐는데, 문제는 이 내용이 인터넷 언론에 보도되면서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윤 후보측은 이 대표가 언론에 흘렸다고 본 거군요.
[기자]
네 맞습니다. 윤 후보는 이 때 상당히 불쾌해 한 것으로 캠프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7월30일에 기습 입당을 했고, 이 대표도 사전 연락을 받지 못해 당황해 하면서 양측간의 불신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앵커]
이후에는 윤 후보가 당 행사에 불참한 게 기름을 부은 거죠?
[기자]
윤 후보가 지난 4일 당이 기획한 봉사활동에 불참하면서 갈등이 심화됐는데요. 이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그러고서 나온 게 '후쿠시마 발언'"이라고 했습니다.
다시 말해 당 행사에 안 나오고 본인의 인터뷰 일정을 고집하더니, 설화만 일으켰다고 비판한 겁니다. 이 발언으로 윤 후보 캠프 내부적으로 이 대표에 대한 격앙된 반응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여기에다 정진석 의원의 멸치 돌고래 발언이 다시 기름을 부었고, 또 윤 후보 측 핵심인사가 원희룡 후보에게 연락해 행사 보이콧을 요구한 사실이 저희 TV조선 보도로 알려지면서 양측 간의 감정의 골은 더 깊어 졌습니다.
[앵커]
그런데 문제는 이 대표나 윤 후보측이나 갈등을 조정하지 않고 감정을 그대로 노출하면서 문제가 커지고 있는 듯 한데, 중진들이 그런 역할을 못하고 있는 건가요?
[기자]
네. 캠프 구성원을 보면 대부분 윤 후보와 이른바 코드가 맞는 인사들입니다. 쓴소리를 하는 역할을 할 만한 중진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죠. 그렇다보니 이 대표와 갈등 중재에 나서기 보단 캠프 측 입장만을 반복해 설명하는데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당내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이 대표가 지지율 1위인 윤 후보의 입장을 지나칠 정도로 고려하지 않고, SNS를 통해 감정을 쏟아내고 있는 것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어제 유승민 후보가 이 시간에 출연해서 이 대표에게 말좀 줄이라고 했는데, 당 내 인사들도 "이 대표의 고집이 너무 강하다"며 혀를 내두르는 분위깁니다.
[앵커]
그런데 윤 후보측은 18일로 예정된 토론회에 참석할 지 여부에 대해 답을 안하고 있는데, 갈등이 커질 수 있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도 있겠어요.
[기자]
네. 윤 후보 측은 토론회가 열리는 이달 18일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일이라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한 일정을 따로 계획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윤 후보는 토론회 참석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내일로 활동기간이 끝나는 경선준비위가 왜 18일 토론회 일정을 강행하는 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입니다.
캠프 관계자는 "후보당 발언기회가 겨우 7분 남짓인 토론회를 위해 개별 일정을 갑자기 바꿔야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또 "8월 말 경선버스 출발을 누차 이야기해왔으면서, 갑작스레 이달 중순부터 일정을 잡으니 당황스럽다"고 전했습니다.
반면 이 대표는 오늘 통화에서 "타협의 여지를 만드는 것보다는 토론회를 거부하는 의도가 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앵커]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기자]
이 대표는 SNS에서 윤 후보가 캠프 관계자들을 엄중히 문책했다는 말을 "신뢰하겠다"고 밝히면서, 상황 개선의 의지를 밝혔는데요. 김기현 원내대표의 중재로 토론회 문제가 해결되면, 갈등은 봉합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결정을 바꾸면 다른 주자들이 반발할 소지도 남아 있습니다.
[앵커]
양측의 신경전이 금방 수그러들지는 않겠군요. 홍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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