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지난해 사치품 수입액이 약 2512만 달러(한화 291억 152만원)로 2018년과 2019년에 비해 약 1/5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사치품 수입액 규모는 김씨 일가의 통치자금 수준과 밀접하게 연관이 돼 있다는 점에서, 김정은의 통치자금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월간조선’은 정보당국으로부터 ‘2020년 북한의 사치품 품목(통일부 고시 13개)별 수입액 현황’ 자료를 입수해 9월호에 게재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사치품 13개 품목의 수입액은 다음과 같다.
▲음료 및 주류 510만 달러 ▲화장품 255만 달러 ▲가죽제품 46만 달러 ▲모피제품 5만 달러 ▲양탄자류 22만 달러 ▲귀금속류 35만 달러 ▲전자·전기기기 63만 달러 ▲차량 및 부품 54만 달러 ▲선박 0달러 ▲광학·의료기기 599만 달러 ▲시계 및 부품 887만 달러 ▲악기 36만 달러 ▲예술품 0달러.
이는 2018년과 2019년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 액수다.
2018년의 경우, 북한의 사치품 도입액은 1억3788만 달러(한화 1597억 3300여만 원)로 추산됐다. 품목별 수입액을 보면 ▲음료 및 주류 4211만 달러 ▲화장품 1283만 달러 ▲가죽제품 571만 달러 ▲모피제품 500만 달러 ▲양탄자류 146만 달러 ▲귀금속류 72만 달러 ▲전자·전기기기 812만 달러 ▲차량 및 부품 201만 달러 ▲선박 0달러 ▲광학·의료기기 1040만 달러 ▲시계 및 부품 4642만 달러 ▲악기 264만 달러 ▲골동·예술품 46만 달러이었다.
2019년에는 상반기에만 사치품 도입액이 8304만 달러(한화 962억원)였다.
▲음료 및 주류 1951만 달러 ▲화장품 552만 달러 ▲가죽제품 275만 달러 ▲모피제품 110만 달러 ▲양탄자류 56만 달러 ▲귀금속류 2만 달러 ▲전기·전자기기 11만 달러 ▲차량 및 부품 21만 달러 ▲선박 0달러 ▲광학·의료기기 650만 달러 ▲시계 및 부품 4525만 달러 ▲악기 150만 달러 ▲골동·예술품 1만 달러.
‘월간조선’에 따르면, 국정원 관계자는 북한의 2020년 사치품 수입액이 2018년, 2019년 대비 급감한 것에 대해 “코로나19에 따른 국경통제 조치로 인한 교역량 대폭 감소, 주 수입원인 석탄 광물 등 수출 감소로 인한 외화 부족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駐)영국 북한공사 출신의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도 “사치품 수입액은 김정은의 통치자금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월간조선'에 전했다. 태영호 의원의 설명이다.
“북한에서 지난 10년 동안 장마당을 중심으로 시장경제가 돌아가면서 신분은 당 간부처럼 높지 않지만 부(富)를 축적한 돈주(신흥 부르주아)들이 생겨났습니다. 이들은 평양에 있는 외화를 받는 이른바 ‘달러 상점’에 가서 사치품을 사는데, 달러 상점이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다 김정은 호주머니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제재와 코로나19에 따른 국경 봉쇄 때문에 북한으로 사치품이 들어가지 못하니 돈주들은 돈이 있어도 쓰지 못하고, 자동적으로 김정은의 수입은 줄어들게 된 겁니다.”
‘월간조선’은 국정원 슈퍼컴퓨터에 이력이 보관돼 있는 고위 탈북자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고 전했다. 고위 탈북자는 “김정은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39호실 산하 10여 개의 총국이 거의 폐쇄 수준으로 외화벌이 활동이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김정은의 통치자금은 거의 말랐을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이 미북회담 전제조건으로 고급 양주와 양복 등 사치품 수입 허용을 내놓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는 분석이다.
북한 김씨 일가의 사치품 사랑은 김정일 때부터 내려왔다. 김정일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때도 최고급 일본 스시와 프랑스 코냑을 즐겼고, 선군정치 유지를 위해 측근 장군들에게 독일제 고급 승용차를 쾌척했다.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때 경제난·태풍피해·코로나19 등 삼중고로 인민을 걱정한다며 울먹이던 김정은의 손목에는 스위스 명품 시계가 번쩍였다. 당시 김정은이 찬 시계는 스위스 IWC사(社)의 ‘포르토피노 오토매틱’ 제품으로 1만1700스위스프랑(약 1450만원) 상당이다.
태영호 의원은‘월간조선'에 “북한 인민의 고난에 눈물지으면서도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대상인 고가의 시계를 찬 모습은 ‘지킬박사와 하이드’와 같은 양면성이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월간조선’은 “‘마르지 않는 샘’이던 김정은의 금고가 바닥을 보이는 상태니, 북한 주민의 상황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 주민들의 급식 상태를 알 수 있는 보고서도 공개했다.
‘월간조선’이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경기 여주시·양평군)을 통해 입수한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및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식량안보 긴급 합동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주민 식단의 대부분은 탄수화물이었으며(쌀, 옥수수 또는 감자) 대개 다양한 방법(국, 죽, 튀김, 면)으로 조리한 후 소량의 건조 미역, 시래기, 그리고 비교적 드물기는 하나 어떤 경우에는 된장 등을 곁들여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부분의 가구는 육류를 전혀 소비하지 않거나 매우 적은 양만을 소비하였으며, 육류가 포함된 식사는 친지들이 평양을 방문하는 경우나 제사같이 가끔 있는 행사 때만 가능한 상황이라고 적시했다.
보고서는 어린이의 연령이 올라갈수록 만성영양실조율(stunting rates)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도 했다. 북한의 만성영양실조율은 일부 도에서 32%에 달했으며, 농촌에 거주하는 유아의 경우 도시에 거주하는 유아보다 만성영양실조율이 더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월간조선'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이 발표한 공동 보고서 〈긴급 식량불안정 조기 경보: 2021년 8~11월 전망〉의 내용도 비슷하다. 보고서는 지난해 11월부터 오는 10월까지 연간 북한의 곡물 부족량이 86만t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북한 중앙통계국의 식량 상황표와 FAO 세계정보조기경보국(GIEWS)의 분석을 토대로 보면, 이 기간 북한의 곡물 수입 필요량은 최근 5년 평균과 비슷한 약 110만t이지만 공식 수입량은 20만5000t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미국 농무부 산하 경제연구소도 최근 공개한 〈국제식량안보 평가 2021~2031〉보고서에서 북한을 몽골·예멘과 함께 아시아에서 식량 상황이 가장 나쁜 3개국으로 꼽았다. 보고서는 올해 북한의 식량 부족분을 104만t으로 추산하고, 주민 1630만명(63.1%)이 올해 식량 불안정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주민 1인당 하루에 열량 446kcal가 부족할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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