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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자유로운, 너무나도 자유로운

등록 2021.09.16 21:51 / 수정 2021.09.16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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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좀 알아냈나?"

007 시리즈 정보국장 M의 실제 모델이 '주부 스파이'로 불렸던 스텔라 리밍턴입니다. 그가 영국 정보국 MI5의 수장이 되자 파파라치들이 추적해, 장 보고 오는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는 "사진이 찍힌다는 건, 총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했습니다.

영국은 1989년까지 MI5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 모사드도 2천년대 들어서서야 국장 임명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중앙정보부 이래 국정원 원훈이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 '무명의 헌신' '소리 없는 헌신'인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그런데 노무현 정부 김만복 국정원장은 노출벽이 유별났습니다. 고향 사람들을 불러 국정원 견학을 시키고, 동창회 홈페이지에 휴대전화 번호를 올려놓았습니다. 아프간 인질사태 때는 기념사진을 찍고 보도자료까지 냈습니다. 결국엔 비밀리에 방북해 나눴던 대화록을 유출했다가 물러났습니다.

박지원 국정원장은 지난해 내정된 뒤 "SNS와 전화 소통을 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SNS를 계속하면서 "교회에 간다"고 일정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어제 워싱턴도 오늘 뉴욕도 비가 온다"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급기야 대선 국면을 강타한 '고발 사주' 정국의 한복판에 섰습니다.

의혹 제보자 조성은씨는 지난 2월 국정원장 공관을 방문했을 때 나눴던 이 대화를 올렸습니다. 박 원장이 어떤 사람들의 무슨 사생활 정보를 갖고 있는 건지 궁금해집니다. 조 씨는 제보를 준비하던 때 박 원장을 만났던 호텔 사진도 올렸습니다. 그날 만남과 관련해 "의혹 보도 날짜가 박 원장이나 내가 원했던 날이 아니었다"는 대목이 튀어나온 것도 그냥 말실수였을까요.

그 호텔은, 이명박 정부 국정원 2차장이 여당 인사들을 만난 사실이 알려져 민주당이 국정원법 위반혐의로 고발했던 바로 그곳입니다. 당시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부적절한 만남"이라며 국정원장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었지요.

그런데 지금 야당의 비판에 대해선 "윤석열의 모든 것을 안다. 잠자는 호랑이의 꼬리를 밟지 말라"고 호통을 쳤습니다.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지요? 그러나 이 모든 반응들이 너무나도 스스럼없이 나오고 있어서 국정원장이란 자리가 원래 그랬던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돕니다.

그리고 어쩐 일인지 청와대에서 여당에서도 아무 말이 없습니다. 국정원장 스스로가 정보 수장의 격을 떨어뜨리고 여권이 방조하는 이 상황은 또 어떻게 봐야 할까요? 야당 역시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정보원장의 이 부적절한 처신이 국가에 어떤 위험요인이 될 것인지를 엄중하게 따져 묻기 바랍니다.

9월 16일 앵커의 시선은 '자유로운, 너무나도 자유로운'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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