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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실향의 추석이 또 지나갑니다

등록 2021.09.22 21:52 / 수정 2021.09.22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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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면 많은 부부들이 시가와 처가를 번갈아 찾아뵙곤 하지요. 하지만 옛날엔 며느리가 명절에 친정 가는 건 꿈도 못 꿀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농번기 끝난 추석 무렵, 시가와 친정 중간쯤에서 어머니를 만나, 싸온 음식을 나누며 소회를 푸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친정 길을 반만 간다고, 눈물이 앞을 가려 어머니 얼굴이 반만 보인다고 해서 반보기라고 했지요. 그 애달픈 상봉을 노래한 민요가 전해옵니다.

 "하도 하도 보고 싶어 반보기를 허락받아, 새 중간 복바위에서 눈물 콧물 다 흘리며, 엄마 엄마 울엄마야 날 보내고 어이 살았노"

유난히 고향 생각이 솟구치는 추석에 반보기조차 못하는 분들이 실향민입니다. 오죽하면 가상현실로나마 고향을 찾아가 눈물짓겠습니까.

가수 현미씨가 평양에서 다녔던 초등학교와 동네 시장을 둘러봅니다.

"평양… 복숭아꽃 살구꽃…"

눈 내리는 집 마당에 서서 동생들 이름을 부릅니다.

"눈물이 막 나와요. 명자야, 길자야! 너희들도 다 잘 있지?"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한 실향민 중에 올해 또다시 2천여명이 한을 품은 채 세상을 떴습니다. 셋 중 한 분만 남았고, 그 셋 중 두 분이 여든 살 넘는 고령입니다.

하지만 북에 있는 가족에게 띄우려고 찍은 영상편지라도 언제 가 닿을지 기약이 없습니다.

"정말 보고 싶고, 한번 정말 같이 앉아서 밥이라도 같이 먹어보고…"
"다음 세상에서 만난다면 아버지한테 어리광을 많이 부리렵니다"

지난 5년, 해마다 찍어 쌓인 영상편지가 6천편이 넘지만 단 한 장도 부치지 못했습니다. 핏줄을 확인해 가족을 찾으려고 DNA를 남긴 분도 2만명에 이릅니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나중에라도 쓸모가 있을는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시선 이백이 어느 가을밤에 뒤척입니다. "침상 앞에 달빛이 밝다, 서리라도 내린 듯. 고개를 드니 산에 달이 걸리고. 눈에 삼삼한 고향, 나는 그만 고개를 숙인다"

아무리 멀어도 반나절이면 닿을 고향… 이 밤 휘영청 높이 뜬 달을, 아린 가슴으로 우러러볼, 많은 분들을 생각합니다.

"너 잘 있니? 보고 싶어…"

9월 22일 앵커의 시선은 '실향의 추석이 또 지나갑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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