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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현장추적] "100년 된 나무까지"…수종 갱신 벌목 곳곳 부작용

등록 2021.09.23 21:35 / 수정 2021.09.23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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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해마다 전국 산에서는 오래된 나무를 베어내고, 어린 나무를 새로 심는 정부 사업이 이뤄지는데요. 어린 나무로 탄소 흡수율 높이고 목재 활용도 하겠다는 것으로, 의도는 좋습니다. 그런데 멀쩡한 나무가 베어지기도 하고, 무분별한 벌목으로 산사태가 벌어졌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그럼에도 각 지자체는 이렇게 나무 벌목 사업에 열중하는 이유, 차순우 기자가 현장추적했습니다.

[리포트]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 산 골짜기 여기저기 삼림이 훼손돼 벌건 흙바닥이 드러났습니다. 베어진 나무들은 수령 20~30년 이상 소나무...

"저쪽까지 다 깎았네요."

이곳 홍천에서만 축구장 360개 넓이의 숲이 재선충 사전예방 등을 이유로 무더기 벌목됐습니다.

정부의 삼림 수종 갱신 사업의 일환인데...

마을 주민
"활엽수를 심어서 후손들에게 좋은 환경을 남겨준다는…"

산림청은 3년 전부터 탄소 흡수력이 떨어지는 평균 수령 30년 이상 나무를 베고, 흡수력이 좋은 묘목을 심는 사업을 해왔습니다.

산 주인이 벌목 신청을 하면, 늙은 나무는 잘라서 팔고 어린 나무를 새로 받는데, 필요한 비용은 90%를 세금으로 지원받습니다.

산 주인
"(묘목을) 내년 봄에 심을거야. (업자들이) 다 해주지."

사실상 벌목에 별 제한이 없다 보니, 사유림 벌목 신청과 조림을 대행하는 브로커까지 생겨나고...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벌목이 진행됩니다.

산림조합 관계자
"(사업을) 따내는 거죠. 자기네들 빠른 시간 내에 부담을 적게 해서 이윤을 남겨 먹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소나무 재선충을 예방한다며 벌목을 시작해 멀쩡한 활엽수까지 잘라내고....

원종태 / 거제환경운동연합
"이것도 참나무, 이건 떡갈나무 이러니까 산사태가 나잖아요."

일부 지역은 벌목으로 산사태가 나 물난리도 겪었습니다.

포항 죽장면 주민
"비가 많이 왔는데, 이만큼 피해는 안봤었거든. 백살 먹은 어른들도 평생 처음이라고…"

수종 갱신 효과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성창근 / 전 충남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
"활엽수에 낙엽이 그렇게 많이 떨어지는데, 썩으면 산화된다는 얘기는 탄소 가스가 다시 만들어지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탄소 중립에 반대되는…"

하지만 지자체 평가에까지 수종 갱신 사업 성과를 반영하자 지자체도 적극 나서는 상황.

산림청 관계자
"탄소저장 능력이 더 뛰어난 나무를 심어서 바꿔 주는 게 장기적으로 봤을 땐 더 유리하다."

매년 이렇게 나무를 베고 심는데 들이는 예산만 2000억원이 넘고... 수십 년 풍파를 견딘 나무가 사라지는 걸 보면, 주민들 마음은 편치 않습니다.

주민
"그런 나무 하나 키우려면 적어도 100년은 걸려요. 업자들하고 입찰 봐서 베어버리는 게 난 이해가 안가."

현장 추적, 차순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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