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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이런다고 될까요?

등록 2021.09.28 21:51 / 수정 2021.09.28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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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재기국과 멜국은 제주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입니다. 비린 생선으로 끓이는데도 신기하게 개운해서 해장거리로도 그만입니다. 갓 잡은 싱싱한 재료가 내는 맛이지요.

각재기는 전갱이, 멜은 멸치를 뜻합니다. "멜도 베설 싯나" 라는 제주도 속담이 있습니다. "멸치도 배알이 있다", 즉 창자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가늘고 까맣게 타버려 비록 배설물 취급을 당하지만, 그나마 속도없고 줏대도 없는 인간들을 멸치가 야유합니다.

"배알도 없이 뭐만 그득한 세상을 향해 등뼈 곧추세우며, 누누천년 지켜온 배알이다!"

배알은 속마음, 배짱, 자존심을 상징합니다. 비위가 상하면 '배알이 뒤틀린다' 하고, 배짱이 좋으면 '배알이 세다'고 합니다.

남이 무시하고 비웃어도 찍소리 못하고 당하는 사람은 '배알도 없다'고 하지요. "주먹 맞은 감투"라는 속담과도 통합니다.

오늘 미사일을 쏘아 올리기까지 지난 며칠 북한의 행태는 말 그대로 '으르고 달래기, 어르고 뺨치기' 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이튿날 북한은 차관보급 외무성 부상 입을 빌어 "종잇장에 불과한 종전선언"이라고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도 지나지 않아 김여정이 나서 "종전선언은 나쁘지 않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그러자 청와대가 이 말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무게 있게 받아들인다"며 반색했지요.

일주일 전 대통령 이름을 거론하며 "우몽하기 짝이 없다"고 했을 때 "입장이 없다"고 침묵하던 것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김여정은 "남북 연락사무소와 정상회담도 해결될 수 있다"며 한발 더 나아갔습니다.

'대선을 앞둔 문재인 정부가 무엇을 간절히 원하는지 잘 안다, 그러니까 대북제재부터 풀어라'는 말처럼 들립니다.

청와대는 많이 고무된 듯합니다. 박수현 소통수석이 김여정 담화를 평가한 것까지는 그렇다 쳐도, 다급하던 차에 얼마나 반가웠으면 한미훈련을 암초라고까지 했겠습니까?

그리고 오늘 북한은 보란 듯 미사일 도발을 했습니다. 남북 통신선에도 여전히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라는 대통령 지시가 왠지 씁쓸하고 공허하게 들리는 것이 저뿐일까요.

종전선언 제안 전날 국제원자력기구 수장은 "북한 핵 개발이 전력질주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유엔연설은 물론, 우리 정부 입에서 비핵화는 쑥 들어간 지 오래입니다.

북한이 태우는 롤러코스터를 타고서라도 기어이 가겠다는 목표가 무엇이기에 그러는 것인지, 보는 사람의 울렁증이 참기 어려운 지경입니다.

9월 28일 앵커의 시선은 '이런다고 될까요?'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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