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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대장동 '오징어 게임'

등록 2021.09.29 21:49 / 수정 2021.09.29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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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공공병원 행려환자 병동에 60대 노숙인이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냄새가 고약한 비닐 보따리를 신주단지처럼 모시며 늘 베고 자는 겁니다. 그가 어느날 목욕시켜주는 남자 간호사에게 "커피나 한 잔 하라"며 보따리에서 3만 원을 꺼내줬습니다. 간호사가 캐묻자, 한참을 망설이다 보따리를 풀었습니다. 비와 땀에 찌든 돈다발 3천만 원이 들어 있었습니다. 30년 넘게 구걸해 모은 돈이라고 했습니다.

"나도 맛있는 거 먹고 싶고, 좋은 옷도 사고 싶지만 (돌아가신) 어머니가 자꾸 눈에 떠올라서…"

시인의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자마자 자식들이 모를까 봐 일러주십니다. "벗어놓은 바지 속주머니에 십만원이 있다"고.

"손주들 오면 주고, 약값 모자랄 때 쓰려던 전 재산 십만원. 그것마저 다 쓰지 못하고, 엄마는 이 세상의 고통을 놓으셨다"

지난달 제주도 어느 분이 산 중고 김치냉장고 밑바닥에서, 테이프로 붙여놓은 1억 천만 원을 발견했던 일 기억하십니까. 경찰이 현금봉투에 쓰인 메모를 추적해 돈 임자를 찾아냈습니다. 서울 살다 지난해 지병으로 숨진 60대 여성이었습니다. 보험금과 남은 전 재산을 안전하게 감춰뒀다, 가족에게 미처 알리지 못한 것 같다고 합니다. 그 돈에 배어 있을, 고인의 삶과 병환의 고통, 마지막 희망 같은 것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듯 세상 모든 돈에는 땀과 눈물과 온갖 풍상이 서려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대장동 투자자들이 맞은 돈벼락에서는 도무지, 피와 고통과 치열한 삶의 상처들을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수천억 원을 배당받은 투자자와 가족과 지인들이 도처에서 수백억 원대의 빌딩을 사들인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게다가 화천대유는 모든 임직원에게 퇴직금과 성과급으로 '5억 플러스 알파'를 주기로 약정했다고 합니다. 임원 퇴직자에게 백억원이 지급된 것으로 알려지자 "백억원 이하인데, 공개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박영수 전 특검 딸처럼 아파트를 분양받아 수억원 차익을 남긴 임직원이 여럿이라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주체를 못해 게걸스럽게 흘러 넘치는, 돈의 분탕질, 이 천박한 돈 잔치를 바라보는 서민들의 마음은 분노를 넘어 참담함에 이르렀습니다. 거짓말보다 더 거짓말 같고, '오징어 게임'보다 더 황당무계한 승자 독식 세상이 바로 우리 옆에서 펼쳐지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무슨 열심히 일할 맛이 나겠습니까.

그런데도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 정치적 계산과 책략이 끼어들어 훼방 놓는다면 누구보다 국민이 그냥 두고보지 않을 겁니다.

9월 29일 앵커의 시선은 '대장동 오징어 게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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