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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제발 그만

  • 등록: 2021.10.07 21:46

  • 수정: 2021.10.07 21:47

숫자 13, 깨진 거울, 사다리 아래로 지나가기… 팝 명곡 '수퍼스티션' 에서 스티비 원더는 다양한 미신을 노래하며 충고합니다. "힘든 일이 있어도 미신으로 해결하려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왕조시대 임금 왕(王)자는 함부로 쓸 수 없었습니다. 왕건은 나무 세 개를 짊어지는 꿈을, 이성계는 서까래에 깔리는 꿈을 꿔 왕이 됐다고 하지요. 둘 다 왕 자 형상이라는 겁니다.

현대판 왕권이라 할 대권 다툼이 벌어질 때도 역술과 해몽, 풍수가 등장하면서 황당한 얘기들이 나돌곤 합니다. 노태우 후보가 무속인 말을 듣고 십원짜리 동전 다보탑 속에 불상을 새겨넣어 당선됐다는 얘기가 그랬지요.

1997년 대선 때는 인기 사극에서 백마 탄 이방원에게 하륜이 "왕세자가 되실 천기"라고 하는 대목이 논란이 됐습니다. 백마 몸에 'DJ'라는 이니셜이 찍혀 있었던 겁니다.

그런 얘기를 믿고 퍼뜨리는 사람들 들으라는 듯 스티비 원더가 노래합니다. 

"아주 미신적인 네 얼굴과 손을 씻어라…"

윤석열 전 총장이 세 차례 토론회에서 손바닥에 쓰고 나왔던 왕 자를, 6차 토론에서는 이렇게 지우고 나왔습니다.

"제 불찰이었던 것으로 인정하고요. 국민들께 하여튼 송구하게…"

하지만 손바닥 왕 자가 불러일으킨 미신 논란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유승민 전 의원이 역술인들을 거명하며 윤 전 총장과 관련이 있지 않느냐고 물으면서 공방이 벌어졌지요. 이어서, 듣기도 민망한 항문 침이 등장하더니 급기야 토론 끝난 뒤, 두 사람이 거친 언쟁까지 벌였다고 합니다.

가뜩이나 비웃음을 사는 정치판을 더욱 우스꽝스럽게 만드는 장면들입니다.

국민의힘의 수준 낮은 대선후보 경쟁은 벌써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손바닥 왕 자만 해도 윤 전 총장 본인이 "토론을 자신 있게 잘하라는 응원의 글씨"라고 하더니 캠프에서는 "손가락 위주로 씻어서 안 지워졌다"는 어이없는 해명까지 나왔습니다.

홍준표 의원은 당 공개행사에서 경쟁자인 하태경 의원을 겨냥해 욕설과 폭언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품성을 의심케 하는 추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굵직한 현안들이 대선정국을 뒤흔들고 있는데 미신 타령에 삿대질이나 하는 게 제1야당의 경선 토론회 광경이라니, 그들 귀에는 도무지 국민들의 혀 차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모양입니다.

10월 7일 앵커의 시선은 '제발 그만'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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