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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취재후 Talk] 이재명, 송영길의 '사퇴 요청' 6시간 만에 어깃장…왜?

등록 2021.10.12 16:40 / 수정 2021.10.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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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지도부-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상견례'에서 발언하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경기도지사 신분으로 국정감사에 참석하기로 했다.

이 후보는 12일 "하도 전화가 많이 와 공개적으로 알려드리겠다"며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감 참여 뜻을 직접 밝혔다.

당초 송영길 대표는 경선 직후 이 후보에게 곧장 당선증을 주며 국감 직전에 지사직을 사퇴하는 게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스스로 밝혔다.

이날 오전 방송인 김어준 씨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도 "집권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국감에 나가 초선 의원들의 걸러지지 않은 그런 것과 공방 한다는 게 바람직하냐"며 거듭 사퇴를 요구했다.

이 후보는 그러나 송 대표의 공개 요청 6시간여 만에 반대 의사를 공표하며 뜻을 꺾은 것이다. 송 대표로선 체면을 구긴 셈이다.

이 후보는 "여당 대선 후보의 직무가 중요하니 조기 사퇴하고 후보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는 당 지도부의 권유도 이해한다"면서도 "숙고한 결과 나의 당초 입장대로 경기도 국감에 임하기로 했다"고 했다.


■ 李 측, 오전까지도 '사퇴 가능성' 무게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이 후보 측 관계자들은 이 후보의 사퇴 가능성에 더 무게를 뒀다.

의원 그룹에서는 특히 "이낙연 후보 측의 이의신청 문제나 선대위원회 구성 등은 당에 일임하겠다고 해놓고 국감은 후보가 결정하겠다고 하기 어렵다"며 이번 주 지사직 사퇴를 결정할 것이란 취지로 언급했다.

다른 핵심 관계자도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며 "고심히 깊어지는 중"이라고 했다. 캠프 내 핵심 의원도 "이런저런 의견을 전달했다. 결국 본인 결정"이라고 했지만, 그동안 이 후보가 줄곧 참석 의사를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반대 뜻을 권유한 것으로 읽혔다.


■ 李, 예비경선서 '사이다' 버렸다 낭패…답습 않겠단 판단

하지만 결국 이 후보가 사퇴 불가 결정을 내린 건 자신의 정면돌파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이 후보는 '지사 찬스'를 내려놓으라며 야당과 상대 후보로부터 사퇴를 압박받을 때 "선택하라면 경선 완주 대신 지사직을 사수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도지사의 1시간은 도민의 1380시간"이라며 "1380만 명이 맡긴 책임이라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제 와 조기 사퇴를 택하는 것은 "말 바꾸기 한다"는 야당 비판에 직면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이 후보 지지율이 20%대로 폭락한 3차 선거인단의 표심이 대장동 논란의 영향을 받았다는 의혹도 불거지는 상황에서, 이 후보의 일선 후퇴는 오히려 '피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후보는 예비경선에서 선두주자답게 트레이드 마크인 '사이다' 이미지를 버리고 '수비형 자세'로 전환했다가 초반 지지율이 크게 밀리는 상황을 초래했다.

이후 이 후보는 공공연히 "해 오던 대로 안 했더니 금세 들통이 났다"는 취지로 여러 번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결정에도 이 같은 경험이 바탕이 됐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 宋 요청 배경엔 "품위 있는 후보 돼야"…민주당의 숙제

다만 이 후보의 이런 의중은 깜짝 회견을 열기 직전까지도 송 대표에게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송 대표 측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직전까지 대표와 함께 있었는데 관련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했다.

송 대표 측은 조기 사퇴를 요청하며 "이제 당 후보가 됐으니 권위와 품위를 더 지키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뜻을 이 후보와 이 후보 측에 여러 차례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가 직접 싸우기 보다, 당이 후보를 옹위하고 대신 싸우되 후보는 안정감 있게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당이 대선 후보로서의 '직무'를 요청한 것처럼 설명했지만, 이 후보가 가진 '저돌적 리더십'을 관리하려는 목적도 있었던 셈이다.

직설(直說)에 강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노무현 바람'을 일으켰지만, 당 후보 결정 이후엔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던 전례도 참고가 됐다.

하지만 결국 이 후보가 제 스타일 대로 밀어붙이는 방식을 선택하면서, 향후 대선 국면도 노무현의 전철대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란 예고가 됐다.

다만 이런 이 후보의 주도적 결정이 이번 한 번에 그칠 것이란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향후 당과 후보 간 신경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생겼다.

또 송 대표의 '후보 품위 지키기' 제안을 거절한 이 후보의 '마이웨이' 전략이 본선 국면에서 얼마나 긍정 작용할 지도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대선후보가 결정됐지만, 안갯속 상황과 대장동 잡음은 어째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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