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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허탈합니다

등록 2021.10.13 21:50 / 수정 2021.10.13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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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라지 뱃사공아 나 좀 건네주게…"

강원도 정선의 아우라지는, 한양 광나루까지 목재를 나르던 천리 물길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조선시대부터 1960년대까지 통나무로 엮은 30미터 뗏목을 떼꾼들이 보름 넘게 타고 가 팔았지요.

정선 군수 월급이 20원이던 시절, 한 번 다녀오면 30원을 벌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떼꾼이 뗏목으로 번 돈, 떼돈이 '어머어마한 돈'을 뜻하게 된 겁니다.

시인이 떼돈 생각이 굴뚝같은 가을에 돈 전(錢)자를 쓰는 전어를 떠올립니다.

"그물 가득 은빛 비늘 파닥이는 모습이, 빈 호주머니 속을 가득 채워주는 묵직한 동전 같기도 했겠다"

하지만 월급쟁이들에게 떼돈은 허망한 꿈입니다. 그나마 월급을 벌려면 한 달을 소금에 절 듯 일해야 하지요.

"나는 소금 병정. 한 달 동안 몸 안의 소금기를 내주고, 거친 소금밭에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버틴다"

그런데 직장을 찾다 못해 아예 취업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셋 중 둘에 이른다고 합니다.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 문을 뚫기엔 지식과 기술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구직을 단념하는 겁니다. 취업 준비생들은 평균 여섯 차례 입사 지원을 하지만 서류합격이라도 통과한 비율이 25퍼센트에 그쳤습니다.

직장에 다닌다 해도 집값과 생활고에 치여, 노후 자금줄인 퇴직연금을 헐어 쓰는 사람들이 지난해 7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5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인출액도 2조6천억원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갖다 쓴 액수의 3분의 2는 집값, 전월셋값 같은 주거비에 들어갔습니다. 집값 폭등에 전세 대란으로 전월세 난민 신세가 돼버린 서민들의 고통이 절절하게 드러난 통계입니다.

그런데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정가에 나돌던 이른바 '50억 클럽' 이야기를 김만배 씨로부터 직접 들었다는 내부 증언이 나왔습니다. 김 씨가 일곱 명에게 50억 원씩 3백50억 원을 주기로 했다는 겁니다. 취업난에 좌절한 젊은이, 퇴직연금을 깨는 직장인, 월세를 전전하는 서민들이 이런 떼돈 잔치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하겠습니까.

민주당 후보 경선 3차 투표에서 표출된 민심이 그리 놀랄 일도 아닌 듯합니다. 대통령의 총력 수사 지시가 국민의 허탈하고 우울한 마음을 달래주는 결과로 이어질 지, 아니면 절망감으로 이어질 지 깊어가는 가을이 더더욱 뒤숭숭한 요즘입니다.

10월 13일 앵커의 시선은 '허탈합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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