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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뭐가 그리 두렵습니까?

등록 2021.10.15 21:50 / 수정 2021.10.15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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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뒤흔든 말춤처럼,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 인상적 안무를 '포인트 춤' 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팔짱을 끼고 건방지게 추는 '시건방춤'도 성공한 포인트 춤이지요. 더 올라가면 '기역니은춤'과 함께, 앉지도 서지도 않고 어정쩡하게 추는 '엉거주춤'이 유명합니다.

그렇듯 엉거주춤 엉덩이를 뒤로 빼야 이기는 게임이 줄다리기입니다. 악착같이 뒤로 물러서려고 버티는 줄다리기의 역설을 시인이 갈파했습니다.

"힘이 강한 이가 힘을 쓴 만큼, 그들은 뒤로 물러갑니다. 물러가고서도 이겼다고 좋아하지만…"

엉거주춤 우물쭈물 대충 넘어가는 모양새 '어름어름'을, 얼음을 뜻하는 한자 빙(氷)자로 바꾼 구한말 신조어가 '빙빙'입니다. 그렇게 탄생한 사자성어 '빙빙과거'는 '어름어름 지나간다'는 뜻이지요. 거꾸로 '흐지부지'는 한자어가 우리말이 된 경우입니다. '남을 꺼려 몰래 얼버무려 넘긴다'는 휘지비지가 바뀐 겁니다.

대장동 의혹의 핵심인물 김만배씨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습니다. "구속할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는 기각 사유는 곧, 영장이 허술했다는 뜻입니다.

수표나 계좌 추적 같은 기본 수사도 소홀히 한 채 녹취파일에만 의존했다가 창피를 당한 겁니다. 대통령 지시가 떨어지자 부랴부랴 허둥지둥 영장부터 들이밀었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듯합니다.

검찰은 본격적인 대장동 보도가 시작되고 보름 만에야 전담수사팀을 꾸렸습니다. 일주일 넘도록 못 찾았다던 유동규씨 휴대전화를 경찰이 당일에 찾아내는 망신도 당했습니다. 채널A 사건 때 휴대전화를 압수하려고 몸을 던져 덮쳤던 그 기개는 다 어디로 갔습니까?

검찰은 유씨와 김씨에게 배임혐의를 적용했으면서도 정작 배임 공범이 될 수 있는 성남시에 대해서는 강제수사를 머뭇거렸습니다. 그러다 오늘에야 압수수색에 나섰습니다. 전광석화 같았던 과거 사례를 돌아볼 필요도 없이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습니다.

수사 책임자인 중앙지검장이 법무장관 후배이고, 전담수사팀장은 윤석열 전 총장 징계실무를 맡았던 사람이라는 사실에 자꾸 눈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공수처가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나흘 만에 압수수색을 하고 윤 전 총장을 피의자로 입건하면서 했던 말이 있습니다. "국민적 관심이 높고 정치권과 언론도 신속하게 하라고 해서" 서둘렀다는 겁니다. 과거 조국 전 장관 수사도 마찬가지였지요.

그런데 이번 대장동 의혹은 국민적 관심이 그만 못 합니까? 언론의 질책이 그만 못 합니까? 더구나 유권자들의 선택이 하루하루 다가오는 이 중차대한 시점에서 검찰이 계속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검찰개혁의 명분이 하나 더 추가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10월 15일 앵커의 시선은 '뭐가 그리 두렵습니까?'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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