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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정말 괜찮습니까

등록 2021.10.22 21:50 / 수정 2021.10.22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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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건… 네 잘못이 아니야"

심리학자가 수학 천재의 상처받은 영혼을 달래줍니다.

"네 잘못이 아니야, 네 잘못이 아니야…"

우리 영화 '청춘'에서는, 방황하는 두 젊음이 미당 서정주의 명시를 읊조립니다.

"수부룩이 내려오는 눈발 속에서는… 까투리 메추래기 새끼들도 깃들이어 오는 소리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미당은 신들린 듯, 정신 나간 듯 "괜찮다"를 중얼거렸습니다. 참혹한 전쟁과 피란을 겪으며 반 착란 상태에서 썼다고 합니다.

환란 속에서 힘겹게 자아낸 위로의 주문이, 모진 삶 살아가는 사람들을 어루만져줍니다.

그런데 지난 며칠 '이 모든 건 네 잘못이 아니라'며 '괜찮다'를 연발한 분들이 유난히 많았습니다.

"(북한의 SLBM 발사는) 북한의 위협이라고 보여집니다"

"북한의 SLBM 발사가 도발행위가 아니냐"는 질문에 국방장관이 한 답변입니다.

'도발'은 '우리 영토와 국민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이어서 '도발'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면 지난달까지도 청와대가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해 "미사일 도발에 우려를 표명한다"고 했던 건 뭔가요. 그사이 달라진 건 "도발이라는 막돼먹은 평을 하지 말라"는 김여정 담화뿐입니다. 그 뒤로 정부 입에서 '도발'이라는 말이 싹 사라졌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구차하게 단어 뜻까지 재해석해 변명이나 하지 말던지요. 거기에다 집권당 대표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과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는 것은 불행 중 다행" 이라고 했습니다.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자 "대포로 폭파 안 한 게 어디냐"고 했던 그분이지요. 북한의 도발과 으름장이 눈발처럼 쏟아져 내리는데 괜찮다, 괜찮다고만 하니 안타깝다 못해 안쓰러울 지경입니다.

그런가 하면 국민권익위원장은 이재명 후보의 '무료 변론 논란과 관련해 "지인이나 친구같이 아주 가까운 사람에게는 무료로 변론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김영란법 위반이 아니라는 겁니다. 김영란법, 즉 청탁금지법은 당연히 무형의 경제적 이익도 금품처럼 받아선 안 될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무료나 저가 변론이 바로 그런 형태의 이익이지요. 그런데 친한 사이는 괜찮다니, 누구보다 김영란법을 엄격하게 수호해야 할 국민권익위 수장이 법을 뿌리째 흔드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국정감사 안팎에서 남발된 '괜찮다'가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어제 전해드린 아래층 할아버지의 슬기로운 '괜찮다'하고는 차원이 다른 '괜찮다'가, 신들린 듯 주문처럼 이어진 한 주였습니다.

10월 22일 앵커의 시선은 '정말 괜찮습니까'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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