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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어쩌다 이 지경까지

등록 2021.10.25 21:51 / 수정 2021.10.25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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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살에 생을 마감한 여자의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아름다웠고 영리했으며 모차르트, 바흐, 비틀스 그리고 나를 사랑했던 여자…"

러브스토리의 시작과 끝을 비롯해, 여러 영화에 등장했던 뉴욕 센트럴파크 스케이트장입니다. 트럼프 그룹이 30년 가까이 운영해온 이 명소의 계약을, 지난 2월 소유주 뉴욕시가 해지했습니다.

"(로비가 어디죠?) 홀을 따라가면 왼쪽에 있어요" 

트럼프가 얼굴을 내밀었던 영화 장면들도 삭제 요구가 잇따랐습니다. 은행과 기업, 프로골프협회도 관계를 끊었습니다. 그는 재임 시절 외교에서도 왕따를 당했지요. 영국 앤 공주가 악수를 거부하고, 정상들이 흉을 봅니다.

"그(트럼프)가 40분이나 즉석 회견을 해서 늦은 거죠. 그의 팀원들이 입이 쩍 벌어지더군요"

힐러리와 맞붙었던 대선 역시 최악의 밉상 대결로 꼽혔습니다. 하지만 재선에 실패하고도 지지율이 바이든과 같아졌습니다. 미국이 깊이 둘로 쪼개졌다는 얘기입니다.

지난 우리 대선 때 대부분 주자들에 대한 비호감이 호감보다 많아서 걱정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런데 그건 약과였습니다. 주요 주자 비호감도가 호감도의 두 배 안팎에 이르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더 걱정은 그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논란, 막말과 실언 공방이 시간이 가도 도무지 줄어들 기미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국민적 시선이 쏠린 대장동 의혹을 차근차근 설명하려 하진 않고, 시종 자신의 업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질문하는 야당 의원들을 비웃고 조롱했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임금 왕 자에 이어 전두환 전 대통령 관련 발언으로 늑장 사과를 하더니 '개 사과' 사진 파문까지 자초했습니다. 홍준표 후보는 경쟁자를 향해 욕설을 퍼부어 해묵은 막말 시비를 되살렸습니다.

이쯤에서 트럼프 시대를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을 둘로 갈라 증오를 부추기고 선동을 서슴지 않으면서 선거가 진흙탕 싸움이 돼버린 미국 말입니다.

상대를 타도해야 할 적으로 여기는 풍토에서는 상식과 이성, 품위를 지키는 후보보다, 고함치고 삿대질하는 후보가 득세하게 마련입니다. 이런 식으로 선거를 치르면 분열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후유증도 극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국에 이런 당명을 붙인 정당이 등장한 적이 있습니다. '찍을 후보가 없다!' 투표용지에 '지지 후보 없음'란을 추가해 선거를 개혁하자고 외쳤었지요.

어차피 선거란 최선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고 차악을 선택하는 행위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도 국민 모두의 마음 한구석에는 더 나은 나라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고 그것이 선거를 통해 나타난다고 저는 믿습니다. 비록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진 현실이 몹시 당황스럽지만 결국은 그 애국심이 승리하는 선거가 되리라고 또 믿습니다.

10월 25일 앵커의 시선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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