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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여러분 덕분입니다

등록 2021.10.26 21:52 / 수정 2021.10.26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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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갑자기 정지됐습니다. 텅 빈 뉴욕 타임스 스퀘어처럼. 영화 속 악몽은 작년 봄 현실이 됐습니다.

타임스 스퀘어, 이탈리아 베네치아, 용인 에버랜드까지 모두 인적이 끊겼습니다.

1년이 지난 올봄, 첼리스트 요요마가 백신을 맞은 뒤 바흐를 연주합니다. 불안한 마음들로 수런거리던 체육관에 이내 고요한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그는 코로나에 지친 사람들을 치유하는 '위안의 음악'들을 전해왔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고향) 문은 열려 있고 모든 일 끝나 걱정도 두려움도 없어라…"

지난 2년 우리네 일상은, 악몽에서 깨어나나 싶으면 또 악몽이 뒤따라오는 가위눌림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들어선 길이 있으면 나가는 길도 있듯 모든 일에는 끝이 있는 법이지요.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지난해 쑥스러워했던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목소리에도 이제 한결 힘이 실렸습니다.

"일상회복을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습니다"

첫 확진자가 나온 지 6백51일 만인 다음 주부터, 잃어버렸던 일상이 되살아나기 시작합니다. 영업 제한을 시작한 지 4백28일 만에 '코로나 통금'이 풀립니다.

나와 가족의 생존을 향한, 길고도 모진 가시밭길이 제발 이걸로 끝나길 바랍니다. 사람이 사람을 꺼리고, 지하철 손잡이가 겁나고, 저녁에 귀가하면 한숨 돌리던 나날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누릴 땐 그저 사소하고 당연한 것으로만 알았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것인지 깨닫게 해준 시간들이었습니다.

온갖 난관과 곡절을 천신만고 뚫고 넘어 여기까지 이끈 힘은 단연코, 놀라운 시민정신과 의료진의 헌신입니다.

정부가 늑장을 부리는 사이 백신 공백을 말없이 견뎌내고, 내로라하는 국가들을 앞질러 접종 완료율을 역전시킨, 현명한 국민이 있었습니다.

어느 외국 기자가 대구 현장을 취재하며 터뜨렸던 경탄처럼 말입니다.

"패닉 상태를 찾아볼 수 없다. 두려워하는 군중도 없다. 절제심 강한 침착함과 고요함만이 버티고 있다"

하지만 터널 끝은 여전히 안개에 잠겨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장벽을 만나 도로 뒤돌아서야 할지도 모릅니다.

국민의 희생과 헌신을 헛되이 하지 않도록 정부가 정신 바짝 차려야 할 때가 왔습니다.

정치에 휘둘리지 말고 선거에 한눈 팔지 않는, 정직하고 기민하고 현명한 판단과 대응만이 일상으로 직행하는 열쇠라는 점, 그 열쇠를 얻는데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대가를 치렀습니다.

10월 26일 앵커의 시선은 '여러분 덕분입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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