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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길 잃은 공수처

등록 2021.10.28 21:51 / 수정 2021.10.2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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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빚에 몰린 형제가 농장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은행을 털러 나섭니다.

그런데 작은 은행만 골라 20달러씩 푼돈을 빼앗습니다. 어설픈 강도들에게 은행원이 한마디 합니다. 

"이런 일 처음 하시나 보네. 웬만하면 그냥 가요. 지금 가면 멍청한 죄로 끝나니까"

형제는 차를 몰고 달아나면서 노래합니다.

"바보라 부르라지. 우리만 괜찮으면 돼"

'숙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콩과 보리를 구별 못한다'는 고사성어에서 나왔다지요.

고양이 발과 개 발을 가리키는 괴발개발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흙투성이 발로 쏘다니며 남긴 발자국처럼 '아무렇게나 쓴 글씨'를 가리킵니다.

벼가 자라지 않는다고 억지로 길게 뽑아 올릴 순 없습니다. 그랬다간 말라 죽을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순리를 따르지 않고 억지를 쓰거나 꾀를 내 서두르다 일을 그르친다는 맹자 말씀입니다.

"(공수처의 손준성 검사 구속영장 청구는) 법조인으로서 무슨 찬성할만한, 적절하게 그런 진행이 됐던 건 아닌 것 같고요" 

공수처 출범 후 1호 구속영장이 기각된 경위는, 법조인이 아니라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 봐도 황당합니다.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손준성 검사 체포영장이 기각되자 불과 사흘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부터가 무리수였습니다.

체포해 수사할 필요가 없다고 법원도 막았는데 조사 한번 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건 대체 어떤 용기였을까요? 그리고 그 영장이 오죽하겠습니까.

한 달 보름을 수사하고도 고발장 작성자 조차 밝혀내지 못해 '성명불상' 이라고 썼다는데 수사는 무슨 수사를 한 것인지, 수사 능력이 있긴 있는 조직인지 다시 한번 점검해 볼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상당 부분을 할애해 윤석열 전 총장을 거론하면서도 정작 혐의 내용에는 이름을 적시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런 조직에 국민의 인권을 맡겨도 되는 것인지 그동안 했던 걱정이 기우가 아니었다는 점이 다시 드러났습니다. 

공수처는 출범 직후 피의자 이성윤 검사장을 처장 관용차로 몰래 모셔와 조사했다가 들통이 났습니다.

1호 사건으로 고른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특혜 채용혐의는, 감사원이 조사해 고발한 사건인데도 넉 달을 끌었습니다.

그런데 고발 사주 의혹은 무언가에 쫓기듯 서두르느라 갖은 무리수를 남발해 망신살을 자초했습니다.

수사력은 물론 정치 중립까지 의심 받을 만도 합니다.

"정말 공수처라는 존재가 빌 공(空)자, 손 수(手)자 빈손이 돼서는 안 됩니다"

얼마 전 앞차 뒤창에 붙은 초보운전 스티커를 보고 미소 지은 일이 있습니다. "먼저 가세요. 난 이미 틀렸어요"

운전이 서툴면 조심스럽게라도 가야 할 텐데, 요즘엔 난폭운전을 하는 초보가 너무 많아서 길 나서기가 겁이 납니다.

10월 28일 앵커의 시선은 '길 잃은 공수처'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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