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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뒤지면 나올까요

등록 2021.11.04 21:50 / 수정 2021.11.04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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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위해 모든 것을 내주고도 행복한 나무, 동화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패러디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어른이 된 소년이 찾아와 "돈을 내놓으라"고 합니다. 행복해지려면 돈이 필요하답니다. 나무는 순순히 주지 않고, 치고받는 승강이 끝에 내줍니다.

아버지에게 손을 벌리는 철부지 아들이 급기야 집을 잡혀달라고 매달립니다. 한평생 노동으로 등이 휜 아버지는 "어디 네 맘대로 해봐라"고 한바탕 퍼붓지만 자식 앞에 장사 없습니다.

"아버지는 은행에 가서 손도장을 찍어주고 돌아오는 길에 말씀했습니다. 아침에 한 말은 잊어버려라. 니가 돈을 좀 아껴 쓰고, 돈 무서운 줄 알라고 한 소리니까"

곧 자립하겠다며 또 돈을 달라는 아들에게 하소연하듯 내뱉는 아버지도 있습니다.

"자립? 니 좋을 대로 해라. 이젠 우리도 힘없다. 뭐 팔 게 있어야지"

"이 주머니, 저 주머니 막 뒤지면 돈이 나오는 그런 상황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제안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해 김부겸 총리가 "당장 재정 여력이 없다"고 반대했습니다. 가뜩이나 힘든 재정여건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부터 챙겨줘야 한다는 겁니다.

제가 보기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얘기입니다만, 이런 말을 듣는 것 자체가 매우 신선하고 반갑습니다. 이런 이슈에 대해 정부 내에서 싫은 소리가 나온 적이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지요.

'주머니를 마구 뒤진다'는 표현에서는 상당히 불편한 심기도 느껴집니다. 여야 합의 없이 정부가 여당의 '대선 전 전 국민 지급'에 동의할 경우 매표행위 지원이 될 수도 있다는 정치적 판단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짐작해 봅니다.

충돌은 그뿐이 아닙니다. 이 후보는 2030표를 의식해, 당정이 합의한 가상화폐 차익 과세를 연기하자고 나섰고, 대통령이 제동을 건 언론법도 강행하겠다고 합니다.

정권 말 신구 권력의 샅바싸움이야 늘상 있어온 일이지만 이번은 어쩐지 먹구름이 더 짙게 느껴집니다. 목표한 바가 있다면 물불 가리지 않는 이재명 후보 특유의 스타일 때문일 겁니다.

"돈이 있어야 부모 대접도 받는다"는 자조적 얘기가 고령층 사이에 나돈 지도 오래됐습니다. 두 딸에게 왕국을 물려준 뒤 버림받고, 광인이 돼 황야를 헤매는 리어왕의 처지가 실감나는 세상이니까요.

대통령은 40퍼센트 안팎 지지율을 바탕으로, 아직은 정국 복판에서 비켜나 있지 않습니다. 현재 권력이나 미래 권력이니 하는 말들이 당장 먹고살기 바쁜 서민들 귀에는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선거가 아무리 닥쳤어도 내일 생각도 좀 해 주십사 하는 간절한 바람은 숨기지 않겠습니다. 주머니 마구 뒤지지 말라는 총리의 하소연처럼 말이지요.

11월 4일 앵커의 시선은 '뒤지면 나올까요'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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