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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어디선가 또 만날 텐데

등록 2021.11.08 21:49 / 수정 2021.11.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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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에 있는 이 나무는 '엽기 소나무'로 불립니다. 영화가 성공하면서 명소가 됐지요.

"우리가 정말 만날 운명이라면, 어디선가 우연히 마주치게 되지 않을까"

유심초 노래와 김환기 작품에 쓰인 이 시구도 유명합니다. 명심보감 구절 '인생하처 불상봉' 하고도 통하지요. "살다 보면 어디선들 만나지 않으랴. 원수지거나 원망을 사지 말라. 좁은 길에서 만나면 피하기 힘드나니" 맹자는, 군주가 신하를 떠나보낼 때 세 가지 처신을 말했습니다.

신하가 일이 생겨 떠나면 변방까지 잘 인도해 보내고, 가는 곳에 미리 사람을 보내 신하 칭찬을 해주고, 떠난 뒤 3년은 기다려주라고 했지요. 군주가 베풀어야 할 '이별의 미학' 입니다.

그렇듯 신하를 손발처럼 여기면, 신하도 군주를 배와 심장으로 여기지만, 신하를 흙과 지푸라기로 알면, 신하도 군주를 원수로 안다고 했지요. 

"우리 윤 총장님은 권력형 비리에 대해서 정말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 윤석열은 '정의로운 검사'에서 '우리 총장님'을 거쳐 '식물 총장'까지 파란만장한 행로를 걸어 제1야당 대선후보가 됐습니다. 대통령이 당부한 대로 살아 있는 권력에도 같은 잣대를 들이댔다가 물러난 지 여덟 달 만입니다.

집권세력의 정권 재창출을 막겠다는 선봉장이 돼, 대선 가는 길목에서 다시 만난 셈이니, 인생유전도 이런 유전이 없고, 드라마치고도 이런 반전이 없습니다.

그리고 유례없는 대선 대결구도가 펼쳐졌습니다. 양대 정당 후보로, 의정 경험이 없는 비정치인이 등장한 것부터가 그렇습니다. 기성 정치에 대한 실망과 불신이 낳은 결과라고 해야겠지요. 그러면서도 후보 비호감이 역대 최악인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두 후보는 다른 듯 닮았습니다. 강한 돌파력과 강골 기질에선 우열을 따지기 힘든 맞수 중의 맞수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거친 입과 말실수로 설화가 잦은 것도 묘하게 닮았습니다.

거기에다 대장동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을 비롯한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습니다. 지는 사람은 감옥에 가야 하는 처절한 대선이라는 홍준표 의원의 말도 그래서 나온 듯 합니다. 수사 여하에 따라서는 대선 판도가 요동칠 수 있고 그래서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걱정은, 두 후보를 앞세운 양 진영의 사생결단이라도 하는 듯한 자세입니다. 응징과 보복을 공공연히 벼르는 걸 보면, 누가 되든 분열과 대립, 보복의 악순환이 일어날 것 같아 벌써 걱정입니다.

11월 8일 앵커의 시선은 '어디선가 또 만날 텐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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