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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한국인, 행복의 조건

등록 2021.11.25 21:50 / 수정 2021.11.25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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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가 별거니? 한데 모여 살면서 같이 밥 먹고 같이 자고 같이 울고 웃으면 그게 가족이지" 

다 큰 자식들이 모여들어 바글거리는 집. 하지만 어머니는 매일같이 고기반찬 올려 밥상을 차립니다.

시인은 '행복'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먹고 살 길이 막막한 사람이 운수회사에 찾아가 트럭 몰고 서울서 부산까지 다녀보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장님이 미주알 고주알 묻습니다. 나이는 몇이냐, 결혼은 했느냐, 아이는 있느냐… 대답을 듣더니 25톤 트럭은 영 못 몰겠다고 하십니다.

"시속 180은 밟아줘야 수지가 맞는데 조심성이 생겨서 그럴 수 있겠는가. 100만 넘어도 브레이크에 발바닥이 올라가니, 처자식이 브레이크야, 브레이크"

그래서 그는 지금 돈은 덜 벌어도 5톤 트럭 몰고 가까운 데나 조심조심 왔다 갔다 한답니다.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 사람들에게 "삶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은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열일곱 나라 중 열네 나라에서 1위로 꼽은 최고 가치는 '가족'이었습니다. 전체 합산 순위에서도 가족은 으뜸이었고 직업, 물질적 행복, 건강이 뒤를 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물질적 행복을 최고 가치로 내세운 유일한 나라였습니다. 다음으로는 건강과 가족을 꼽았지요. 비슷한 예전 우리 조사들과 비교하면 뜻밖의 순위입니다. 설문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2년 전 '한국인, 행복의 조건'만 해도 '좋은 배우자와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 1위였고 '건강'이 2위였지요. '돈과 명성'은 응답률이 한참 떨어진 3위였습니다.

돈벌이도 가족이 행복하게 살기 위한 것일 텐데, 올해 국제 조사에서는 가족과 돈의 가치가 뒤집힌 겁니다. 무엇이 우리네 마음을 이렇게 삭막하게 만들었을까요. 성실하게 일해 가족과 평범한 행복을 누리던 사람들을 좌절에 빠뜨린 무슨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닐까요. 

가족은 때로, 돈을 향한 과속 질주를 멈춰 세우는 브레이크가 돼줍니다. 하지만 가족보다 물질을 앞세우는 세상에선 그 브레이크가 잘 듣지를 않습니다. 그런 세상은 혼탁하고 위험할 수밖에 없겠지요. 아들은 어릴 적, 아버지가 밤새 택시를 몰다 퇴근해 머리맡에 별사탕과 라면땅을 놓아주시던 기억을 노래합니다. 그러면서 가족을 다독입니다.

"행복하자. 우리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11월 25일 앵커의 시선은 '한국인, 행복의 조건'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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